100쇄 기념 에디션으로 출간한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의 연장선에 있는 책입니다. <그러나 내겐 당신이 있습니다>는 아름다운 흔적을 남기고 떠난 작가가 발표한 글들을, 문장들을 갈무리한 책이라고 보면 됩니다. 갑자기 떠날지도 모를 기나긴 병 투명으로 몸과 마음은 지치고 괴로웠지만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내게 남은 시간은 얼마일까. 앞으로 내가 몇 번이나 더 아름다운 저녁놀과 가을을 볼 수 있을까. 한 가지 확실한 건 사랑 없는 '지옥'에서 속절없이 헤매기엔 내게 남은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이다."
작가 본인은 이미 알고 있을 겁니다. 이 세상에서 아웅다웅하며 살기에는 삶이 너무나도 짧다는 것을.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어쩌면 세상에 남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일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작은 희망 한 조각을 심어주었다면 그것으로 만족해했을 것 같네요. 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낙심하며 아직 남아있는 삶을 포기하지 않고 인생을 관통하는 말들에 위안이 되었습니다. 이대로 멈춰 선 듯한 그저 그런 삶을 살고 있지만 사소한 일상들은 놓치기엔 아까운 시간입니다.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우리들의 인생 아닐까요? <그러나 내겐 당신이 있습니다>는 2~3시간이면 다 읽을 정도로 분량을 짧지만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는 깊은 울림이 있습니다.
남의 마음속에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것만큼 보장된 투자는 없다는 말을 듣고 보니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상부상조하며 서로 돕고 사는 일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생면부지의 사람으로부터 마음을 얻기 위한 확실한 투자겠죠. 내가 죽고 난 후 지상에 왔다 간 흔적은 별로 없을 거라며 내가 태어났다는 가는 것은 아주 보잘것없는 작은 덤일뿐이라며 애써 자신의 삶을 축소시키고 있습니다. 지구상에 76억여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어쩌면 아주 작고 보잘것없을 삶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살아가는 건 조금이라도 이 세상이 아름다워지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아닐까요? 그래서 문학을 하며 글쓰기로 세상에 알리는 건지도 모릅니다.
어차피 한 번 살다 갈 인생입니다. 서로 사랑하며 살기에도 짧은 시간입니다. 뉴스면에서 들리는 소식들을 귀담아듣기에는 아직 좋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너무 많습니다. 자신의 운명과 삶의 방향을 선택하며 자유롭게 살아도 좋겠죠. 그것 또한 저마다의 인생이니까요. 저자는 이미 떠났지만 그녀의 글은 남아서 우리들에게 같은 울림을 전하고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얼마나 복받은 사람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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