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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책 리뷰] 좋은 언어로 - 신동엽 평전

좋은 언어로 - 신동엽 평전

 

 

얼마 전 부여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였는데 <좋은 언어로 - 신동엽 평전>을 읽으니 문득 길을 걷다 발견한 '신동엽 문학관'을 지나쳤던 기억이 나더군요. 아내인 임병선 씨 결혼 전·후 나들이하러 온 부소산성 백화정 앞에서 찍은 사진을 보니 남다른 감회를 느꼈습니다. 39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문학가의 삶을 담은 책을 읽으니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 같습니다. 백제의 찬란한 역사를 기억하고 있을 금강을 보며 그는 어떤 생각을 품었을까요? 어릴 적 사진을 보면 유독 눈빛만은 또렷하게 살아있고 남다른 문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려운 형편에도 학업을 이어나가 결국 1953년 전시연합대학 중 하나인 단국대를 졸업하게 되죠. 그의 문학에서 한국전쟁은 평생 현실적인 태도를 취하도록 가르쳐 주었고 역사의식을 형성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이후 현실 저항의식을 문학으로 표현합니다.

책방에서 마주친 임병선과의 만남 이후 사랑을 맺으면서 모든 시에 녹아들었다고 합니다. 둘이 주고받은 편지가 고스란히 남아있는데 낭만적이면서 서로를 향한 애틋한 사랑이 느껴집니다. 당시 고학력이었던 둘이라 편지에 쓴 글도 남다르더군요. 결혼을 하게 되면서 서울대 철학과 3학년에 중퇴한 임병선 씨와 사이가 좋았던 신동엽은 가족과 함께 자주 나들이를 하러 간 자상한 아빠였다고 기억합니다. 평소 깔끔하고 정확한 성격이었던 듯 그가 노트에 쓴 시가 모두 온전하게 남아있죠. 예전에 습작 시를 쓰면서 문학의 꿈을 키웠는데 그가 쓴 대표 시를 읊어보기만 해도 얼마나 대단한 시인이었는지 싯구 하나하나에 전해져옵니다.

수명을 다했다면 우리 문학에 얼마나 큰 족적을 남겼을까요? 6.25 전쟁이 발발한 뒤 소집된 국민방위군에 징집되었는데 보급품이 열악해서 굶고 병들어서 죽어간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고 합니다. 1951년 4월 30일 국민방위군이 해제했는데 그보다 이른 2월쯤, 대구 수용소를 빠져나와 동료 방위군과 함께 부산으로 갑니다. 구걸도 하고 산에 나서 걸 먹으며 허기진 배를 잡고 가다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민물 게인 갈게를 날로 먹은 것이 훗날 그의 병을 악화시킨 원인이 되었습니다. 이후에 지나친 과로로 간암을 키우게 되죠. 지금처럼 의료기술이 발전되지 않은 때라서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죠.

하지만 그의 문학을 기리는 사람들로 인해 '신동엽 문학관'이 건립되고 '신동엽 창작 기금'이 제정되는 등 그의 문학정신을 계승하고자 하는 뜻있는 후배 동인들로 영원히 기억되고 있습니다. 이 책에는 다수의 사진과 편지, 육필 원고, 보도자료, 애장품 등이 수록되어서 신동엽 시인의 생애를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 그의 대표 서사시인 <금강>을 음악극 형태로 승화한 작품이 평양 봉화 극장에서 공연하는 등 그는 떠나고 없지만 우리들의 삶 가까이 살아 있습니다. 이 책으로 '시인 신동엽'을 재평가하는 계기가 되어 잘못 전해진 사실들이 바로 잡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시대적 상황을 이해하며 접근할 때 우리는 새로운 시 읽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겁니다. 순수했던 문학의 시절로 돌아간 듯 신동엽 시인을 알게 된 책이었습니다.

 

좋은 언어로
국내도서
저자 : 김응교
출판 : 소명출판 2019.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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