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20일, 새해를 맞는 달이고 여느 때와 별다를 것 없던 하루였다. 이제 입사한 지 몇 주 되지 않은 웹에이전시가 있는 오피스텔에서 일하고 있을 때였다. 오후가 되자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는데 일하는데 정신없어 예상만 하고 있었다. 나중에야 굉장히 큰 사건이라는 것을 뉴스를 보고 알게 되었다. 용산참사는 회사에서 가까웠던 용산역 앞 남일당 건물 옥상에서 발생한 화재로 시민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이 사망한 사건이었다. 그전에는 전혀 몰랐다. 그들에게 어떤 아픔과 사정이 있었는지를. 서울시에서 용산 국제업무지구 특별계획 구역 개발 지역으로 확정되면서 강제 철거되고 삶터에서 내몰리듯 쫓겨나야 했는지를 알지 못했다. 용산참사가 발생한 후 망루에 남아 있던 모든 철거민들을 공동정범으로 기소하기까지 정당한 이주 대책과 보상도 정부로부터 묵살당한 채 범죄자로 낙인을 찍혀버린 사건이다.
개발 광풍에 휩쓸려 옹기종기 모여살던 집이 한순간에 무너져버리고 가난한 서민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내쫓겨야 했다. 공권력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것은 물론 제대로 된 시민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판자촌은 아파트 단지가 돼버리고 허름한 달동네를 싹 다 밀고 뉴타운을 건설해왔다. 청계천 복원 사업을 한답시고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그 주변 상인들은 강력하게 저항해보지만 개발이면 뭐든 정당화시키는 사회에서 버텨낼 재간이 없다. 지금까지 우리는 개발 앞에 개인의 삶과 꿈이 무너지는 장면을 숱하게 보아왔다. 하지만 책 제목처럼 그들의 부당한 처지와 가난을 애써 외면해왔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그들에게만 생겨난 일이라 어쩔 수 없다는 반응으로 일관해왔던 것은 아닐까? 사회 밖으로 내몰리면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은 빈곤층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다. 가난의 대물림은 그렇게 이어지는 것이다.
불평등과 차별이 존재하는 사회의 단면을 21세기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반빈곤 활동가 10인을 만나 인터뷰하면서 관심을 갖는 지점을 모색해보는 노력이 담겨있다. 우리 주변 곳곳에서 일어나는 사회문제에 대해 침묵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직접 행동으로 옮긴 활동가들이 갖고 있는 생각도 들을 수 있었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빈곤사회연대, 논골신용협동조합, 난곡사랑의집, 관악사회복지 은빛사랑방, 동자동 사랑방마을 주민협동회, 홈리스행동, 노들장애인야학, 민주노점상전국연합,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등 빈곤층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단체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의 인터뷰를 듣고 있으면 신념과 해결 의지, 공동체 연대, 사회혁신을 위해 주목받지 않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부터 시작했으면 한다. 어쩌면 내 일이 될 수도 있고 우리 주변의 일이 될 수 있는 문제다. 우리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고 내 가족, 내 재산, 내 아이의 문제가 걸리면 그 어떤 양보나 협상도 하지 않는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밥 먹고살기 바빠 가장 쉬운 방법으로 외면해오면서 약간은 경멸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는지 반성하게 된다. 우리가 모두 관심을 가지고 힘을 실어줄 때 사회의 시선이 달라질 수 있다. 빈곤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서로가 서로를 이끌어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며 사회 문제를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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