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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책 리뷰] 칼을 든 여자 :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도축장에서 찾은 인생의 맛!

칼을 든 여자

 

 

완전히 다른 새로운 직업으로 바꾼다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더구나 글만 쓰는 음식 전문 잡지 편집자로 10년간 일해오던 직장에서 해고를 당한 뒤 프랑스 생장으로 날아가 도축사로 일하게 됩니다. 프랑스에 도착했던 날의 메스꺼움처럼 모든 환경이 낯선 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해야만 합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그녀는 도축사가 되기로 결심한 셈이죠. <칼은 든 여자>는 저자의 경험담을 고스란히 담아서인지 446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임에도 한 번 빠져들면 술술 읽게 되는 책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프랑스를 선택했을까요? 그녀는 "프랑스에 가서 동물을 저녁식사로 바꿔놓을지 말지를 놓고 치열하게 싸울 생각이었다. ... 내가 직접 진짜가 되고 싶었다."며 잡지 편집자로 일하면서 잃어버렸다고 느꼈던 정직함을 되찾기 위해 글쓰기라는 세계와 연을 끊고 칼을 집어 들었다고 말한다.

잡지 편집자로 음식점과 농장 등 현장 취재를 하며 글을 쓰는 일을 업으로 삼아왔다면 이제는 직접 돼지를 도축하는 공장에서 일하며 육가공이 식탁 위에 오르는 과정을 일하면서 배우는 경험을 하는 것입니다. 호주에서 취업 비자를 받고 도축 공장에서 일하던 사람의 경험담을 읽은 적이 있는데 온통 피바다인데다 많은 힘이 드는 일이라서 도전하기 어려웠을 텐데 저자는 그곳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은 듯싶습니다. 도축 현장은 우리가 애써 알고 싶지 않았던 불편한 진실이 벌어지는 곳입니다. 동물의 사체는 냉동 상태로 와서 부위별로 절단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우리가 먹게 되는지 진지하게 고민합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고기를 먹을 수 있는지. 그녀는 미국으로 되돌아와서 포틀랜드고기공동체를 설립하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도축과 정형 수업, 육식에 대한 다양한 교육과 캠페인을 벌이며 대중들에게 책임감 있는 육류 소비를 하자는 사회적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올바른 육류 소비를 위해 가려진 진실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직접 겪으며 수많은 의문과 질문 사이에서 고민해오던 일을 책에 담았고 육류 소비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잡지 편집자에서 일하다 해고를 당한 후 도축업의 세계에서 일하면서 고기를 먹는 것과 관련해서 생생한 얘기를 들려줍니다. 매우 두꺼운 책이지만 우리들이 소비하는 고기에 대해서 생각할 점들이 많았습니다. 때로는 정직하게 사실을 밝히는 일이 어렵고 힘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도축부터 유통, 가공, 소비까지 각 단계마다 투명하게 이뤄진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칼을 든 여자
국내도서
저자 : 캐머스 데이비스(Camas Davis) / 황성원역
출판 : 메디치미디어 2019.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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