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 박지원은 <열하일기>를 남긴 조선 후기 실학자로 요동·요하·북경 등을 여행하며 청나라의 문물과 생활 풍습 등 앞선 그들의 신문물을 소개하며 배워야 할 점을 논하면서 조선의 전반적인 문제들을 비판하는 등 당시 매우 큰 논란이 되었다고 한다. 배청론이 대세였던 시대에 청나라의 주요 도시를 다니면서 직접 보며 느낀 바를 기행문인 <열하일기>에 기록함과 동시에 재치 있는 문체와 참신한 의견으로 재야에서는 즐겨 읽었다고 하니 그들도 외부 세상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을 것이다. 그에 대한 이미지는 깨어있는 선각자로서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는 데 유연했고 이를 통해 조선이 지닌 문제를 통찰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도 <열하일기>가 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보통 평전이라 함은 한 인물에 대하여 비평을 결 들여 본인이 아닌 누군가가 쓴 전기를 일컫는다. 이 책에서는 유한준, 정조, 박규수, 오복, 이씨 부인, 박종채, 이재성, 백동수, 유언호, 연암, 간호윤 등 11인이 각자의 시각에서 연암이라는 인물을 평가하기 때문에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각자의 위치에 따라 연암 박지원은 다르게 불러진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는 평전이 지닌 가치를 높여주었고 연암 박지원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보는 그에 대한 평가를 색다른 느낌으로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저자의 상상력과 이야기에 얼개를 붙여 인물마다의 특징을 잘 잡아냈다. 문헌 기록과 자료를 종합하여 평전의 특색을 살렸다.
그의 대표작인 <열하일기>는 출판사를 통해 꾸준히 출간되는 등 잘 알려져 있지만 정작 연암 박지원은 어떤 인물이었는지에 대해 소개된 책이 별로 없었다. <연암 평전>은 입체감 있게 읽기 좋았고 무엇보다도 인물마다 문체가 달라서 평전을 읽는 몰입감이 살아있다. 오늘날 우리가 연암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다운 세상'을 꿈꾸며 스스로 삼류 선비 문둥이라 부르라고 한 것처럼 해학과 풍자로 낮은 백성들도 인간 대접받기를 원했다. 그의 글은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통할 정도로 수준 높았는데 아직까지 배명 숭배 사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조선시대를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연암 박지원의 인간적인 면과 당대 평가를 두루 알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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