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확실히 인도를 사랑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수십 년간 인도 여행을 하며 애정을 보일 리 없다. <지구별 여행자>를 읽으며 류시화 작가에게 놀라웠던 것은 힌디어를 구사한다는 점이다. 정차 중인 기차역에 내려 어느 허름한 슈퍼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도 영어가 아닌 힌디어를 쓰는 걸로 봐서 보통 이상이었다. 어디서 힌디어를 배웠길래 현지인과 무리 없이 의사소통까지 하는 걸까? 그 이유는 차치하고서라도 에피소드마다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그의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인도에서 별 희한한 일을 겪지만 깨달음을 얻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당최 알 수 없는 인도인이지만 대부분 철학적인 말로 귀결된다.
겨우 찾은 숙소는 쥐가 들끓고 지저분한 데다 불편함 투성이인 인도 여행은 그 모든 걸 감수하고 여행할 가치가 있을까? 누구는 삶의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양하러 찾는다고 하지만 저자의 경험담을 듣기만 해도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할 수조차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에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일들이다. 수십 년을 오가며 만난 인도인 중 그래도 기억에 오래 남는 일들이지 않은가? 여행 에세이로 읽는 류시화의 글은 정말 잘 읽혔다.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 기대되었고 언뜻 읽는 것만으로도 현지에서 여행하는 기분이 들었다. 책 끝에 도움을 준 사람들의 명단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오랜 인연을 가지 사람부터 다양하다.
특이한 점은 단순한 여행 에세이가 아닌 이야기 중심의 철학서이기도 하다.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단순한 삶의 진리를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습득된 우선순위 보다 일상의 언어로 무엇이 더 중요한 지를 알려주는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철학자들이다.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시대에 경쟁을 통한 승리만이 성공을 가져다준다는 셈법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답답하게 보이지만 그들은 오랜 생활에서 터득한 지혜인 것이다. 낯선 이방인일 뿐인 저자는 그렇게 인도 여행을 하며 깨달은 바를 열심히 책으로 쓰고 번역해냈던 것이다. 우리는 모두 지구별 여행자들이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시간을 살며 우연한 인연을 만나고 헤어지는 여행자라니 제목조차 낭만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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