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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여행

[20100925_충북 청주] 제빵왕 김탁구의 추억 (청남대/상수허브랜드/수암골)


다시 쓰는 여행기의 첫시작은 2010년 9월 25일 충북 청주부터 시작합니다.
우연히 패키지 여행사를 통해서 가면 저렴하게 여행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사이트를 검색한 뒤 '풍경있는 여행' 사에서 겨우 1~2만원이면 당일치기 여행도
가능하다는 정보를 얻게 됩니다.

당시 '제빵왕 김탁구' 신드롬이 가시지 않은 시기인데다 종영한 지 얼마되지 않아서
청남대-상수허브랜드-수암골 코스로 이어지는 충북 청주를 선택하게 되죠.

배낭여행은 미리 동선과 관광지, 숙박장소, 맛집, 교통편 등을 혼자 알아봐야 하는데
가이드를 따라 여행 일정대로 둘러보기 때문에 매우 편했습니다.
드라마 제목처럼 '제빵왕 김탁구' 소보루 빵과 오렌지 드링크를 받고
안내받은 지정 좌석에 앉습니다.
다만 동행자가 없이 예약하면 낯선 사람과 동석하게 되는 어색한 상황은 감수해야 합니다. ^^;

9월이면 가을로 접어들어 선선한 바람이 불기 때문에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죠.
휴게소에서 보니 여행사를 끼고 패키지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꽤 많더군요.
낯선 장소, 새로운 풍경들이 펼쳐지는 여행은 늘 설레임을 갖게 합니다.

대통령 별장으로 쓰이다가 2003년 4월 18일 부로 일반인들에게 전명 개방된 청남대
이제 청주 여행의 필수 코스가 되었고 최근 방문했을 때 대통령 역사 문화관부터
새로운 시설과 코스가 정비되면서 훨씬 볼거리가 많아졌습니다.
약 55만평 부지에 달하는 청남대라 제대로 볼려면 충분한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패키지 관광은 관람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그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이 봐야한다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9년 전 사진을 보고 있자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현재 변화된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그 당시의 걷고 가던 일들이 다 떠오릅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금강은 청남대의 백미로 손꼽는 장소입니다.
맑은 호수와 겹겹으로 이어진 산새는 수묵화를 연상시킬만큼 아름답습니다.
그 어떤 시름과 걱정을 떠앉은 채 오더라도 혼란스러웠던 마음이 정리될 것처럼
오각정에서 바라보는 금강에서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최고급 제품으로만 썼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소박하고 정감있는 제품이라서 흥미로웠습니다.
당시 유행하던 제품은 무엇이었는지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한 대통령이 사용하던 물품은 이제 잘 정비되어서
훨씬 보기 좋게 구성되었으니 한 번 찾아가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이 쓰던 물품인데 스포츠용품부터 바세린과 같은 제품 하나까지 그들도 결국 우리와 같은 사람이었다는 사실에 안심이 되었다고 해야할까요? 평소 대통령이 즐기던 물품들에서 취미와 성품까지 보여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제5공화국 때 지은 것으로 알려진 청남대는 이 별장을 이용했던 대통령과 가족들의 모습을
사진과 실제 사용했던 물품들로 확인해볼 수 있는데요. 이제는 국민들의 휴식처가 되었죠.

지금봐도 탄탄한 배우들이 출연한 '제빵왕 김탁구'에서 김탁구의 어린시절을 연기한
오재무와 손잡고 찍은 故 전미선 씨의 입간판이 보니 헛헛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네요.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촬영했던 장소이기도 청남대에서 일정을 마치고 상수허브랜드로 갑니다.

중식 제공이 되지 않아서 상수허브랜드 주변 식당에 들러 점심식사를 했는데
회덮밥+매운탕 가격이 6천원이라니 물가 상승을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회도 듬뿍 담겨져 있고 얼큰한 매운탕이 조합된 한 끼라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상수허브랜드을 둘러봤는데 큰 건물과 부지에 허브와 관련된 컨텐츠와 제품을 판매하더군요.
개인적으로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는데 일단 관람하기에 복잡해 보였고
꽃밥과 상수 허브차를 알리느라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상수허브랜드 주변을 기웃거리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격인 수암골로 향했습니다.
드라마 종영 후 유명해진 수암골은 이화 벽화마을처럼 관광객들의 소음으로 몸살을 앓고 있더군요. 
어찌나 많이 오면 오후 8시까지만 탐방하라는 현수막을 달았을까요?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와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것도 좋지만 현지 주민들이 사는 지역은
배려하면서 조용히 관람하는 매너를 갖춘 성숙한 모습이 필요할 때가 되었죠.
밖에서 떠드는 소리가 종일 들려오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을 지 입장을 바꿔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수암골보다 더 유명한 곳이 바로 드라마 그대로 이름 지은 팔봉제빵점인데요.
주말이라 인파로 몰려 인증샷을 찍고 빵을 사가는 사람들로 정신없더군요.
이 때만 해도 벽화마을이 많지 않았었는데 곳곳에 그려진 벽화 덕분에 유명해졌어요.
기존 구조물을 그대로 남겨둔 채 센스있게 그린 작품부터 아기자기한 그림이 많았습니다.
수암골이라는 이름처럼 여느 허름한 달동네라서 낡은 가옥들이 있는 곳입니다.
실제 생활하는 분들은 현실 속에서 많은 어려움을 안고 살아갈거라 생각하니
몰려드는 관광객들을 보며 신기해하면서 괴리감을 느끼지는 않았을까요?

관광객들은 드라마의 여흥을 조금이라도 느끼고 싶어 찾아왔을텐데
저도 그 때는 재미있게 본 드라마의 장면을 그리면서 보느라 다른 걸 느낄 새가 없었습니다.
이제는 부산 감천문화마을처럼 지역 주민들의 소득을 올리며 상생하는 방향으로
컨텐츠가 이어져 나가는 상생의 개념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 여행사 패키지 관광이었던 충북 청주는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와 함께
청남대, 수암골을 둘러보면서 지방 도시는 이런 느낌이구나 하며 아직도 긴 여운이 남아있는 곳입니다.
지금은 또 얼마나 많이 변했을 지 카카오맵이나 네이버 지도 거리뷰로 둘러봅니다. ^^
그대로인 곳도 있고 새롭게 정비된 곳도 있으니 오랜만에 되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