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예전에 찍었던 사진을 모아둔 폴더를 열어볼 때면 깜짝깜짝 놀라곤 합니다.
그때 사진을 보면 모두 기억이 나는데 벌써 이렇게 시간이 가버렸다는 사실에 세월 참 빠릅니다.
이번 여행은 충남 보령으로 대천해수욕장과 국립오서산자연휴양림 가는 당일여행 코스입니다.
두 곳만 가기 때문에 여유로웠지만 오서산 오르는 길은 산행이라 힘이 좀 들었습니다.
10월말이라 황금들판에 익은 벼들은 추수를 기다리고 있었죠. 깊어가는 가을의 변화를 느끼면서 창밖 풍경만 바라봤네요.
곧 충남에 도착하여 대천해수욕장으로 향했습니다. 이때는 '보령머드축제'가 있는 줄도 몰랐어요. 몇 년 후 지나서야 같은 여행사를 통해 '보령머드축제'를 알게되어 생애 처음으로 머드축제 현장을 마음껏 즐겼죠...
가을에 찾은 대천해수욕장 말 그대로 한산해서 서해 바다 외에는 그다지 볼거리는 없었습니다.
해수욕장에 낡은 놀이기구들이 있었지만 성수기 철이 아니라 텅텅 비어있을 뿐이었습니다.
중식은 알아서 먹어야했기에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 바지락손칼국수를 하는 어느 식당에 갔는데 손님이 저말고는 없더군요. 일단 식사를 해결해서 해물해장국을 주문했습니다. 2011년 당시 가격으로 8,000원이었는데 조금 비싼 축에 들죠. 아마 바닷가에 왔으니 칼국수 대신 해산물을 먹기 위해 주문했던 것 같아요.
반찬은 특별나지 않았지만 해산물을 듬뿍 담아주셔서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식사였습니다.
꽤 오래전에 찍은 사진 같은데 바닷길이 열리면 사람들이 갯벌에서 조개나 게 등을 잡기위해 몰려드는 모습이네요.
대천해수욕장에서 마지막 일정인 오서산자연휴양림에 도착했습니다.
국립자연휴양림이라 입장료 천원을 받더군요. 국립오서산자연휴양림은 면적 164ha로 1997년 6월 20일에 국립자연휴양림으로 지정되어 관리받고 있는 곳입니다.
역시 산행은 만만치 않아서 오르막길을 한참이나 올라가야 했어요. 거의 자연 상태 그대로라 오르는 길은 꽤나 험했습니다. 다이어트로 살을 많이 뺐을 때라 그나마 정상에 갈 체력은 충분했죠.
SONY A-300과 시그마 17-70mm 렌즈를 쓸 때였는데 저장된 컬러 설정값을 사용하면 푸른빛을 띄면서 선명하게 나오는데 드라마틱한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정상으로 가는 길목에서 뒤돌아보니 가히 장관이었습니다. 앞이 뻥 뚫려있는 느낌이 좋아서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버리는 것 같았어요. 산 정상에 오른다는 성취감도 차올랐죠.
정상은 갈대밭이 우거져서 사진을 찍으며 아주 예쁘게 나온답니다. 오서산 정상은 환상적인 가을 정취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명산이었죠.
근데 급하게 사진을 찍고 내려올 수밖에 없었는데 배가 아프기 시작하더군요. 급한 신호가 떨어져서 몇 장 찍는둥 마는둥 하며 빠른 발걸음으로 내려와야 했어요. ㅠㅠ
시간을 충분히 두고 주변 경치를 감상하면서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식은 땀을 흘리며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가서 급한 볼일을 봐야 했습니다. 이건 또렷이 기억하고 있어요. 어떻게든 상황을 모면하긴 했으니까요. 급박한 상황에서 발휘한 기지 덕분에 무사히(?) 모든 일정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왜 명산인지 알 수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가을산의 평화로움을 느끼며 내려가고 있지만 저는 급한 볼일을 마친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쉬며 내려와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 뒤에 사진을 없고 제 기억에만 남아있죠. 그 일만 빼고는 모든 순간들이 자연에 감사하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당일치기 여행이라 짧은 시간이었지만 역시 자연은 우리에게 안정과 평화를 준다는 사실을 조금씩 알게된 여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