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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책 리뷰] 이것은 어느 늑대 이야기다 : 마을로 찾아온 야생 늑대에 관한 7년의 기록

 

이것은 어느 늑대 이야기다 : 마을로 찾아온 야생 늑대에 관한 7년의 기록

 

인문학적으로 늑대 생태 보고서라 할 만큼 야생 늑대에 관해 잘 쓰인 7년간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나중에 로미오로 불리게 된 검은 늑대는 2003년 12월 어느 저녁에 처음으로 마을 가까이서 마주치게 된다. 야생을 떠도는 여정 중에 잠시 스쳐 지나간 것이 아니라 수년간 사람들과 알고 지내는 특별한 존재로 기억된다. 동물원 우리에 갇힌 늑대를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바로 마을 부근에서 야생 늑대를 보게 될 것이라 꿈에라도 생각하지 않았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얼마나 흥분했으면 로미오를 발견한 뒤 다시 집으로 달려가 급하게 카메라 장비와 삼각대를 챙겨서 왔을 만큼 이례적인 일이었다. 사람들이 사는 마을 가까이로 야생 늑대가 다가온 것은 물론 저자가 기르는 개인 다코타와의 첫 만남도 사진을 보면 서로 교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야생 늑대는 위협적으로 사람들에게 달려들 것 같은데 다른 사진들을 보면 근접거리에 있어도 사람 주위를 맴돌 뿐 전혀 공격성을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와 두 딸이 있는 상황이 있는 사진을 보면 아버지는 소형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는데 너무 자연스러워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로미오는 상위 포식자인 늑대임에도 마을에서 기르는 다른 개들과 잘 어울려 놀고 가까이 붙어있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사람과 야생 동물이 서로 공생 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을까? 서로가 지켜야 할 영역과 규칙을 존중했기에 가능했을 것 같다. 빅록에서 처음 나타나 로미오의 영역으로 기록된 21곳은 7년 동안 발견된 장소다. 야생 동물을 사냥해야 할 대상으로 로미오를 대했다면 아마 사냥꾼들에 의해 포획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울림의 규칙을 배우고 자연보호의 필요성을 생각해보게 한다.

알래스카의 주도인 주노시의 경계 끝에 있는 마을에서 펼쳐지는 마법 같은 이야기다. 어느새 설원의 풍경들이 눈앞에 들어오고 로미오와의 짜릿한 만남은 절로 흥분을 자아낸다. 무릎 위까지 쌓인 눈을 밟고 지나가는 로미오의 위풍당당한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이제는 마을 사람들에게까지 특별한 존재가 된 로미오. 마치 영화에서 보는 장면과 같다. 어떻게 야생 늑대인 로미오와 7년이나 함께 지낼 수 있었을까? 정확하게는 로미오의 존재를 인정하고 알게 모르게 마을 사람들이 지켜봐 준 것이나 다름없다. 사냥꾼의 포획 대상에 노출되지 않고 마을에 자주 나타나는 그 자체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로미오와의 평화는 7년 만에 깨졌는데 사람에 의해서 살해되고 만 것이다. 로미오를 기리는 명판을 세워둔 것도 특별한 야생 늑대와의 잊지 못할 추억을 기억하기 위함이다. 로미오를 통해 야생 동물과 공존하는 법을 배운 마을 주민들의 애틋함이 느껴진다.

 

이것은 어느 늑대 이야기다
국내도서
저자 : 닉 잰스(Nick Jans) / 황성원(Hwang Sung Won)역
출판 : (주)출판사 클 2019.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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