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형태가 다양해져가는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남들과 같은 형태의 가족은 아니지만 잘 지내며 살고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외부의 기준에 따라 억지로 끼워 맞춰서 살지 않지만 행복하면 그만이다. 이들 2인 가족은 어머니처럼 남편과 이혼한 편부모 가정이다. 스릴러 전문 번역가인 엄마와 고3인 딸 릴리가 알콩달콩 함께 살아가는 일상에 대한 기록들이다. 다른 가정과 별다를 게 없고 오히려 릴리의 자립심이 높아 보였다. 시크하고 무심하게 대답하는 것도 자신만의 세계가 확고하기 때문에 보인 반응일 것이다. 여자 둘이 살기 때문에 동거하면서 부대끼는 일들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면 SNS에서 독자들이 그렇게 열광적인 호응을 보내지 않았을 텐데 글 자체가 맛깔나다 보니 어느새 여자 둘이 사는 그녀들의 은밀한 이야기를 곁에서 엿듣는 것 같았다. 투닥거리는 일이 종종 있지만 건강한 생각이 오가는 가정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엄마는 딸에게 무조건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고 잘 들어주며 무심한 듯 딸은 전형적인 모녀 관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자립심도 강해 나중에 크면 엄마에게 무조건 의지하지 않고 독립할 것 같았다. 영어,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은 물론 프랑스어까지 배우려는 욕심을 가진 것을 보니 나중에 뭐라도 되겠다 싶었다.
진정한 관심은 사사건건 간섭하고 사생활에 개입하려 드는 것이 아니라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고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봐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모두가 다 같은 형태로 성장하는 시대는 가버린 지 오래다.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지고 재단할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봐주며 그들이 행복하다고 하면 그만인 것이다. 생각보다 정말 잘 살고 있었고 저자도 아이 양육에 신경을 부단히 쓰고 있었다. 스릴러 전문 번역을 하다 보니 재택근무할 시간이 많은데 코로나19로 딸과 붙어지낼 시간이 많아졌고 그 때문에 오히려 딸을 알게 될 순간들이 늘어났다. 재미있게 일상을 들여다보며 읽기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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