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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흐르는 눈물은 닦지 마라

 

흐르는 눈물은 닦지 마라

 

 

위태위태해서 세차게 흔들면 그대로 주저앉을 것만 같은 세월이었다. 아버지는 벌이가 시원찮아서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이 많았고 살림은 모두 이불과 봉제인형 일로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어머니의 몫이었다. 지긋지긋한 가난은 가정불화로 이어졌고 저자가 겪은 어린 날의 아픈 생채기가 옛 기억을 소환시킨다. 유복하지 않았지만 아파트로 첫 이사를 갔을 때가 기억난다. 더 이상 물 때문에 고생하지 않고 살았으니 없는 살림에 고생했던 기억도 이젠 추억으로 남을 법 했다.

동숭 시민 아파트에서 시작한 저자의 성장 일기는 아련한 기억과 교차되어 어느 구절은 가슴을 덜컥 내려앉게 만들고 어떻게 견디며 살았는지 모를 만큼 슬픔이 밀려온다. 30대까지도 삶은 늘 어려웠고 안정적이지 못해 헤매었던 날이 많았다. 돈에 대한 욕심보다는 지금보다 더 나아진 삶이길 바랐다. 모든 것이 서툴고 내 의지대로 살지 못했다. 이 책은 세상에 내버려진 것처럼 방황의 시기를 보내는 청춘들을 위한 일종의 고백이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일화가 주마등처럼 찰나에 스쳐가는.

세상이 다 내 맘 같지 않고 실패를 겪으면서도 버틸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은 가족이다. 거친 세상 앞에 부딪혀 쓰러지고 상처를 입어도 다시 회복하여 좌절을 딛고 일어서게 하는. 차오르는 슬픔과 울먹이며 흐르는 눈물은 떨구어지는 대로 놔버리면 후련한 기분도 든다. 우린 그렇게 한 단계씩 오르고 또 올랐던 것이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수, 어설픈 용기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다. 빛나는 문장과 감동적인 에피소드들은 결국 무한한 무조건적인 사랑만이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걸 깨닫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