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부정하고 미래만 얘기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 모두는 과거를 지나왔기에 여기 현재를 살아간다. 우리가 마음껏 자유를 누리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오늘이 저절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거다. 분명 독립과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거대 권력과 맞서고 몸부림쳤던 저항의 역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모든 역사엔 결정적인 사건을 통해 분출되는 흐름이 존재한다. 1919년 3월 1일 탑골공원에서 독립선언문을 발표하며 시작된 3.1 혁명의 불길이 전국 각지와 해외로 퍼져나가 우린 독립을 이룰 수 있었다.
근현대사에 주요 항쟁의 역사를 보면 일반 학생과 시민들이 목숨을 바쳐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했던 피로 얼룩진 투쟁이었다. 이들은 독재 정권을 무너뜨렸고 불의한 정권 앞에 당당히 맞섰다. 4.19 혁명은 이승만의 하야로 독재 정부를 무너뜨렸으며, 5.18 민주 항쟁과 부마 민주 항쟁은 총과 탱크로 위협하는 정부 앞에서도 민주주의의 정신을 지켜냈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드디어 계속된 군부독재는 막을 내릴 수 있었다. 지금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말은 틀렸다. 역사에 대한 무지가 진실을 가리는 길잡이다.
이 책은 3.1부터 6.10까지 올레길이라 이름 붙으며 근현대사의 중요한 사건이 벌어졌던 장소를 걷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희생당한 역사를 기억하기 위함이다. 그 무엇도 명명백백 드러난 사실을 감출 수 없다. 사진, 영상, 신문, 잡지 등 수많은 기록물이 남겨져 후대에 사는 우리들이 그 당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 수 있는 거다. 그들은 우리와 다르거나 특별나지도 않은 평범한 이웃일 뿐이다. 단지 민주주의 질서가 무너지는 걸 눈 뜨고 볼 수 없어 들고일어나 막으려고 했을 뿐이다.
한 번 이런 기획이 있기를 바랐다.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역사의 발자취를 걸으며 알리는 일이 계속되었으면 한다. 해설사를 통해 듣고 직접 그 길과 건물을 걷다 보면 역사를 보는 눈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현재 남아있는 문화유산을 잘 보존하고 공과 실을 분명하게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 학생들을 봐도 근현대사 역사를 은폐, 왜곡, 축소시켜 가르치니까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 과거를 제대로 알고 깨끗하게 청산해야 우린 미래의 청사진을 그릴 수 있다.
계속 지난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고 왜곡, 은폐시키려 들수록 관계는 멀어질 뿐이다. 진실 앞에 온갖 미사여구와 거짓말로 둔갑한다고 사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잠시 눈속임은 될지언정 역사를 똑바로 알며 절대로 현혹될 리 없다. 이처럼 민주주의의 역사가 있었기에 단기간에 경제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후대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절대적 사실을 알리고 기억하는 일이다. 우리가 절대 잊지 않고 그 뜻을 기려 목숨 걸고 지키고자 했던 숭고한 그 얼의 의미를 되새기며 감사하며 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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