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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마지막 왈츠 : 세대를 초월한 두 친구, 문학의 숲에서 인생을 만나다

 

마지막 왈츠

 

 

모든 것엔 끝이 있다지만 마지막이란 말은 홀가분과 쓸쓸함이 뒤섞인 느낌이다. 이 책은 문학평론가인 황광수와 32년을 뛰어넘는 우정을 보여준 정여울 작가가 그를 기억하기 위해 쓰였다. 성별, 나이 차, 사상과는 별개로 어떤 주제가 나와도 말이 통하던 사이인데다 농담처럼 대화를 주고받았는데 고스란히 인터뷰에 반영되었다. 갑자기 병환이 깊어지는 바람에 혼자서 책 준비를 서둘러야 했고 큰 수술을 몇 차례 받으며 날로 쇠약해져가는 황광수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지 못할 시간이 안타깝다. 책 구성은 간단하다. 둘 사이에 주고받은 편지, 인터뷰, 에세이가 전부다. 하지만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리운 향수에 흠뻑 빠져 지난 시절을 함께 추억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개개인마다 정해진 수명을 산다지만 암이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속도를 어찌 인간이 막을 수 있으랴. 점점 대화를 나눌 횟수가 줄어들더니 서신으로만 오가는 편지에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문학은 참 오묘한 것 같다. 문학을 사랑하는 둘이 나누는 끝도 없는 이야기 샘은 정겹다. 시대가 아무리 변해가도 변치 않는 끈끈한 우정만큼 마지막까지 함께 이야기를 나눌 친구가 있다는 건 외롭지 않게 마지막을 준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병원에서 받은 항암치료에 대한 이야기, 지난밤 꾸던 꿈에 대한 이야기, 여행 다니면서 쌓인 추억 등 소소할 뿐인 이야기지만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이젠 말없이 보내줘야 할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

인간이 세상에 남기고 가는 건 예술이었던가? 이 책은 이제 그를 추억하는 모든 이들뿐만 아니라 마지막까지 문학이라는 울타리 안에 우정을 나누었던 문학평론가와 작가의 이야기에 심취하며 읽게 될 것이다. 제법 살고 보니 인생에 소중한 가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나이 차를 뛰어넘어 우정을 나눌 친구가 곁에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 늙어서도 꼰대처럼 굴지 말고 솔직 담백했으면 좋겠다. 가식이나 허례허식 보다 의미 있는 일로 채운 삶이었으면 좋겠다. 우리 뒤에 따라오는 자들에게 좋은 세상 하나쯤은 남겨주고 가야 하지 않겠나. 내 마지막 왈츠는 이 둘처럼 하나하나 정리해가며 진심을 다하고 갔으면 좋겠다. 문학으로서도 인간적으로도 배울 점이 참 많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