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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떠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떠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저자의 이력은 참 독특하다. '하나님의 자녀들'이라는 사이비 종교 단체에서 자라 미 공군에 입대한 동성애자라니 선뜻 거리감이 느껴진다. 근데 막상 글은 별다른 편견이 개입할 틈도 주지 않고 흘러간다. 그저 다른 사람들보다 독특한 삶을 살아온 저자가 이야기일 뿐 사이비 종교 단체나 동성애자라서 깎아내릴 이유도 없다. 그녀가 겪은 경험이 우리 가슴에 커다란 울림과 감동을 선사하지 않아도 일단 거친 듯하면서 흡입력이 있다. 우리들도 살아가면서 겪은 숱한 사회 문제들을 굳이 피하지 않고 담담히 적어나갈 뿐이다. 어쨌든 과장 없이 현실 그대로 일어난 일들에 자신의 생각을 담아 서술한 에세이는 역설적이게도 유머러스함이 가득하다.

"나는 진실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작은 이야기들이었다. 그 글들을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다. 하지만 나 자신에게 스스로를 추스르라고 말했다. 글쓰기는 나의 악몽을 끄집어내어 햇빛 아래에서 살펴보고 악몽 속 괴물들이 사실은 그림자일 뿐이라는 진실을 깨닫는 방식이었다. 내게 그 괴물은 다른 장소로 함께 가지 말아야 할 히피였다."

글쓰기는 내 목소리를 외부로 전달하는 수단이며, 내부에서 일어난 일을 차근차근 정리하게 도와준다. 아무리 주위 환경이 나를 힘들게 하더라도 하루하루를 버티는 힘은 글을 통해 나를 지켜내는 일이다. 군대를 제대한 이후로 홈리스가 되어 나락을 떨어졌지만 클럽 기도, 바리스타, 바텐더, 콜택시 기사, 케이블 기사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사회의 민낯을 마주한 그녀는 임금 체불, 자연재해, 병가, 업무상 실수 하나에 언제든 밑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는 취약 계층 여성이다. 여러 직업을 가졌다는 건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안정을 얻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내일이 불안한 노동자 계급인 것이다.

미국 현실에서도 사이비 종교 단체 소속이거나 동성애자는 주류 사회에 편입되지 못한 주변인들이다. 자신이 드러나는 걸 극도로 꺼린다. 불합리한 일을 겪어도 남들처럼 문제 제기를 할 수도 없다. 이 책에 나온 이야기들은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라 평범하게 사회생활을 하는 이성애자가 결코 겪을 수 없는 영역에 대해 쓰고 있다. 독특하다고 밖에 달리할 말이 없지만 이렇게 솔직하게 쓰면서도 뚜렷한 소신으로 덤덤하게 풀어갔기 때문에 비평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았지 않았나 싶다. 뜻대로 잘 풀리지 않는 인생인데 당당하게 자신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에서 이 책이 가진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