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가 지구상에 남은 유일한 정치이념이 되었는데 1991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고 연이어 12월엔 소련이 해체되어 냉전 종식을 맞았다. 그 이전까지는 미국으로 대표되는 민주주의 진영과 소련으로 대표되는 공산주의 진영이 맞붙어 세계는 이념으로 양분된 체제였는데 이제는 자유주의적 국제질서가 중심을 지키게 되었다. 탈냉전 시대 이후 미국이 주도적으로 국제정세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했지만 더 이상 영미권이나 서구 진영이 주도하지 않으면서 자유주의적 질서의 위기를 맞았다.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가 컸고 지배 구조를 어떻게 재편할지에 대한 문제가 드러나면서 자유주의 질서가 가진 한계와 내구성에 대한 의구심이 노출되기에 이르렀다.
자유민주주의의 역사는 불과 200여 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주요 통치 수단으로 세계질서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위기를 맞게 된 이유로 중국과 러시아의 경제력이 커지면서 이들 국가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세계에서 강대국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나라로 손꼽히는 중국은 여전히 사회주의 체재에서 자본주의 방식으로 국가를 운영하는 나라다. 중국은 민주주의나 자유주의 그 어느 것도 도입하지 않은 채로 경제발전을 이뤘고 세계에서 손꼽힐만한 글로벌 기업을 키워냈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서로 공존하며 기존 자유주의 질서가 아닌 체재로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세계 곳곳은 이념 대신 경제적 불평등과 인종차별, 포퓰리즘, 중산층의 몰락, 배타적 민족주의 등 민족주의가 싹트고 개인이 가진 문제가 더 부각되기 시작했다. 21세기 들어 국가 간 경제와 안보의 상호의존성이 높아졌고 개혁된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는 여전히 자유민주주의를 보호할 가장 적합한 방법이라며 저자는 역설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가 세계의 주요 통치이념으로 자리 잡은 데에는 자유와 평등이라는 기치 아래 모두가 동등한 권리를 누리며 주권을 가진다는 의미가 컸다. 자유주의적 국제주의가 세계질서를 구축하며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위기 상황이 올 때마다 늘 대처하며 강화할 방법을 모색해나갈 것이다. 민주주의가 완벽하지 않아도 이를 대체할 이념도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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