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마흔 중반이다. 평생을 같은 일을 하며 밥벌이하고 싶지는 않았다. 인생길지 않다는 말이 있는데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고 싶은 갈망이 점점 커지고 있다. 참 부러운 인생이다. 지금은 팬데믹이라 여행이 자유롭지 못한데 세계맥주를 마신 것이 아니라 세계를 곳곳을 다니는 동안 현지 술을 마시면서 잊지 못할 에피소드를 경험한다. 개인적으로 술과 친한 편이 아니라 술에 대해선 모르지만 그보다 현지인과 함께 한 인생이 녹아있다.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생활이 지속될수록 낭만과 꿈으로부터 멀어져 가는 것 같다. 맥주를 마시며 아프리카 밤하늘의 별 무리를 바라보는 기분은 얼마나 환상적일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일단 에피소드 하나하나 그림이 그려질 정도로 술과 함께 얽힌 이야기들이 재미있다. 대부분 그 나라를 대표하는 술이 등장하는데 유쾌하게 읽을만한 에세이로 몇 시간만 투자하면 후딱 완독할 만한 분량이다. <대기업 때려치우고 동네 북카페 차렸습니다>의 후속작이라 연장선상 같지만 세계의 술을 알려주는 듯한 홍보성이 다분한 글이다. 직접 가봤으니 전할 수 있는 생생함이 살아있고 역시 글을 재미나게 쓸 줄 아는 작가인 듯싶다. 지금은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에서 작은 책방을 운영하며 '탄이'라는 이름의 3살 된 골든 레트리버와 함께 제2의 인생을 꾸려가는 중이다. 책을 집필하기엔 최적의 조건을 갖춘 저자의 다음 작품은 무엇일까?
"마침내 오랫동안 망설였던 퇴사를 하게 되었고, 나만의 자유를 찾아 새로운 여정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술 이야기로 두 번째 책을 쓸 수 있게 해주었다."
회사 생활이 힘들어 인생의 갈피를 잡지 못할 때 막걸리 학교를 다니며 새벽까지 사람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는 동안 다른 인생을 꿈꾸게 된다. 생각해 보면 또 다른 삶을 꿈꾸며 살지 못한다면 후회할 것만 같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산다는 건 당장 돈이 되지 않더라도 행복하지 않은가? 홀가분함과 편안한 마음은 속박으로부터 벗어났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깊이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어차피 어디를 가든 사람 사는 이야기는 다 비슷비슷하지 않은가?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반짝반짝 빛난다고 하는데 '탄이'와 함께 찍은 사진 속 저자의 모습은 내일에 대한 기대로 한껏 들떠 보인다. 내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삶은 그래서 멋지다.
'· 서평(Since 2013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평] 하나님과의 대화 : 성령으로 들여다본 신통섭의 솔루션 (0) | 2022.01.20 |
---|---|
[서평] 경쟁 우위 전략 (0) | 2022.01.14 |
[서평] 최종 경고 : 6도의 멸종 - 기후변화의 종료, 기후붕괴의 시작 (0) | 2022.0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