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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별은 사랑을 말하지 않는다 : 밤하늘과 함께하는 과학적이고 감성적인 넋 놓기

 

별은 사랑을 말하지 않는다

 

 

별은 신비롭다. 밤하늘을 수놓은 별무리가 반짝이면 외로움을 떨구듯 눈가엔 눈물이 고인다. 어느새부터인가 도시에서 별을 보기가 쉽지 않다. 북극성과 금성을 빼곤 모두들 화려한 불야성에 숨어버렸다. 도시의 삶은 소외감을 묵묵히 견디며 시간을 흘리지만 지구 밖 우주에서 보내오는 찬란한 위로에 힘을 빌려 내일을 살아간다. 어렸을 적엔 지금보다 훨씬 많은 별을 보며 꿈을 키웠고 현실은 가난했지만 마음만은 풍요로움으로 가득 찰 수 있었다. 어둑해져 달빛만 비취는 한 밤에 우수수 쏟아질 듯 밤하늘 가득 총총히 박힌 별들이 반짝거리는 모습에 눈물도 삼킬 수 있었다. 은하계를 펼쳐놓은 그림에서도 우리 태양계는 아주 작은 점에 불과한데 사소한 작은 일도 못 견뎌 하는 걸까?

저자는 월간지 사은품으로 준 조악한 천체망원경을 가지고 놀며 별 밭과 함께 성장했다. 이후엔 더 많은 별과 깊은 우주를 만나고 싶다는 욕망이 커져 세계 곳곳의 별무리를 만나기 위해 여행을 다녔다. 급기야 2012년엔 개기일식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호주로 떠났다. 비록 경비와 노력이 물거품으로 끝났을지언정 우주에서 일어난 일을 관측하려는 열정은 식지 않았다. 200일째 밤을 새우며 쉽게 만나기 힘든 유성, 혜성, 개기일식, 개기월식, 금성의 태양면 통과, 남반구 은하수 등 전 세계를 누비며 사진에 담았다. 드넓은 우주를 향한 끝없는 호기심이 그를 여기까지 이끌었다. 별에 대한 남다른 사랑으로 경이로운 순간을 마주할 때면 현장에서 직접 본 저자가 부러웠다.

아름답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서 촬영한 은하수는 밤하늘의 우주쇼를 보는 기분이 들었다. 대체 이런 광경을 보기 위해 얼마나 먼 곳까지 가야 하는 걸까? 별의별 신기한 일들이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우주와 대면할 때면 상당히 가까운 곳에서 스크린으로 감상하는 기분이 들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당장 해외로 갈 수 없으니 강원도 양양에 머물며 별자리를 관측하고 싶어진다. 어렸을 적엔 밤하늘 별자리를 그려가며 이름을 맞춰보던 기억이 또렷한데 못 보고 지나간 세월이 길어 가물가물하다. 적어도 지금보단 순수했던 그때는 왜 그리 별이 좋았는지 모른다. 내게 작은 열정이 있다면 저자의 뒤를 따라 신비로운 별무리를 한가득 담아보고 싶다. 별 밭에서 뒹구는 행복한 꿈을 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