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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 온도를 찾다 : 정여울이 건네는 월든으로의 초대장

 

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 온도를 찾다 : 정여울이 건네는 월든으로의 초대장

 

 

사람은 자신에게 맞는 옷이 있다는 말처럼 '월든'은 내게 삶의 가치관과 이정표를 바꿔준 책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2년 2개월 2일을 월든 호수에 손수 오두막을 지으며 살았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명저인 '월든'을 남겼다. 실제 월든 호수는 조용하면서 사계절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장소였고, 그가 직접 지은 오두막은 최소한의 살림살이만 갖춘 미니멀리즘의 결정체였다. 지금은 어렵지 않게 구글 지도로 사진과 뷰를 볼 수 있지만 직접 찾아가 보는 것만 못하다. '월든'을 사랑했던 저자는 소로가 살았던 월든 호수로 직접 찾아가 '월든' 중 기억에 남는 글귀를 자신의 삶에 투영시켜 참된 삶이란 무엇인지 해답을 찾은 듯 싶다. 이승원 사진작가가 찍은 70여 컷의 사진이 보여주기라도 하듯 말이다.

미니멀리스트로 살고자 마음을 굳힌 사람에겐 '월든'은 특별한 책이다. 마치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램에 소개될 법한 일이다. 자발적 은둔의 삶을 살았고 그에겐 2년 2개월 2일이 글쓰기에 집중하기 위한 일종의 실험이었을 것이다. 마을에서 떨어진 월든 호수를 천천히 산책하며 삶을 성찰할 기회가 많았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많은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걸 몸소 보여주었다. 지금 우리가 1854년에 출간한 '월든'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그 어느 시대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우울증과 불행한 현실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책의 메시지가 여전히 큰 울림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로가 지향하던 삶을 따라 검소하고 소박하게 최소한의 것만 갖추며 자연로 돌아가 어우러져 살려는 이유다.

역시 정여울 작가는 소로가 '월든'에서 전하는 메시지를 쉽게 풀어서 전달하고 있다. 아직 현실은 '월든'에 근접하여 살고 있진 못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본질을 찾아가게 되는 듯하다. 내 마음의 적정 온도를 찾았다는 뜻은 이제서야 '월든'이 삶 깊숙히 들어왔음을 의미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어려운데 소로는 많은 시간을 홀로 고독 속에서 만족하는 삶을 얻었다. 이 책은 삶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월든'의 현대적 해석본으로 읽힐만하다. 읽을수록 좋은 책이고 곰곰히 생각할 꺼리가 많다. 많은 것을 소유했다고 행복한 것이 아니라 자연을 덜 훼손하면서 최소한 것만 있어도 충분히 우리는 적응하면서 살 수 있다. 최대한 나를 비워내야 다른 무언가로 채울 수 있다. 다시 소로를 통해 인생을 배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