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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헨치 : 악당 기지로 출근하는 여자

헨치 

 

 

유쾌 발랄한 상상력으로 넘치는 소설이었다. 이 책은 악당 빌런에게 고용되어 출근하는 헨치와 회사를 지배하지만 악하지 않은 빌런, 결코 선하지 않은 히어로가 등장하여 서로 대결을 펼친다는 내용이다. 권선징악을 비틀어 선과 악의 구도가 아닌 상황에서 유머러스하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마 코믹스로 만들었어도 재밌을 것 같은 소재인데다 슈퍼히어로를 무너뜨리기 위해 빌런과 히어로가 힘을 합친다는 부분도 색다르게 다가왔다. 여기서 헨치란 인력 센터의 중개로 빌런의 사무실에 파견되어 일하는 악당의 수행원이라고 한다. 초반엔 주인공인 애나가 같은 헨치 동료들과 서로 일에 대한 이야기가 전부였는데 갑자기 빌런과 히어로가 치고받고 싸우는 장면부터 놀라운 흡입력을 보여준다.

이야기가 어디로 흐를지 전혀 예측도 안 되고 슈퍼히어로인 슈퍼콜라이더를 무너뜨리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레비아탄과 전략을 세우는데 히어로들마다 보유하고 있는 초능력이 다르기에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 독특한 세계관을 가진 이 책은 놀라운 반전이 숨어있다고 하는데 일단 1권부터 끝까지 정주행하며 읽어보길 추천한다. 실제 존재할 것 같지 않지만 상상력에 상상력을 더해서 뭔가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흐름이 마음에 들었다. 한 번 적응하고 나면 부스터를 단 것처럼 빠르게 읽힌다는 점에서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장면들이 책과 함께 둥둥 떠다니는 것만 같다. 놀라운 것은 이 책이 저자의 첫 번째 소설로 어떻게 이런 작품을 만들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히어로는 약자를 보호하고 지키는 절대선을 가진 자이고, 빌런은 이익을 얻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절대 악의 악당이라는 고정관념을 넘어선 작품이다. 오히려 슈퍼히어로가 세상에 해를 끼치는 존재라니 근데 결말에 다다르면 충격적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누가 선이고 악인지 혼돈스러운 상황이 전개되면서 과연 그 방법이 옳았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처음에는 단기 계약직 자리를 얻기 위해 인력 사무소에 나와 빌런에게 고용되는 이야기가 펼쳐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갑자기 등장한 히어로, 슈퍼히어로, 빌런이 치고받는 등 영웅물로 바뀌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소설이다. 일상이 무료하거나 재미있는 일을 찾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