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조선시대 목판인쇄의 진실을 몰랐을 뻔했다. 목판인쇄 비용이 얼마나 들고 간행 부수가 적었던 이유까지. 우리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팔만대장경도 인쇄물보다 판목을 중요하게 여겼다고 한다. 몰랐던 점은 목판인쇄라 찍어낼수록 가치가 떨어지고 습기, 화재에 취약해서 많이 찍을수록 오래 버티지 못한다고 한다. 재간행 간격이 대부분 3~40년을 둔 이유도 목판의 수명이 그만큼 짧기 때문이다. 왕이 국가 차원에서 대량으로 찍은 몇몇 책을 제외하곤 간행 부수가 적고 지식인을 중심으로 읽은 이유도 알 것 같다. 목판집 문집의 간행 부수가 4~50부 정도에 불과했고 문집 간행에 현재 가치로 10억 원이라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갔기 때문에 많이 찍지도 못했다.
앞으로 박물관에 전시된 문집이나 사료, 중요 문화재를 만날 때면 남다른 의미로 자세히 들여다볼 것 같다. 지금까지 잘 보존되어 후세에 원본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소중한 일이다. 책에 얽힌 이야기, 그 당시의 시대상을 엿본다는 건 늘 즐겁다.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귀중한 책의 가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했고 전혀 몰랐던 사실도 알게 해주었다. 선조들이 기록을 남겨둔 덕분에 후세 사람들은 유추해 볼 수 있는 근거자료로 역사를 기억해 낸다. 책 제목처럼 일반인들에게 공개하지 않는 한 아무나 보기 힘든 책일지도 모른다. 책이 지닌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놀라움을 선사한다. 옛 것의 소중함은 실체가 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된다는 점 때문이다.
역사를 좋아한다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귀중한 문집과 자료들을 만나볼 수 있고 그 책에 얽힌 이야기가 무척 흥미롭다. 박물관에서조차 쉽게 만나보기 어려웠던 자료들이 수록되었고 자세히 알려준 덕분에 역사를 새롭게 볼 수 있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높다는 것만 생각했지 그 이면에 얽힌 이야기를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했다. 역시 시대상과 당시 환경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봐야 역사를 보는 눈이 달라진다. 간행 부수가 적고 백성들에게 왜 보급되지 못했는지 이 책을 읽고 나면 꺼내지도 못할 것 말이다. 책의 소중함과 그 가치를 재확인할 수 있었고 읽을수록 빠져들면서 읽게 된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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