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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지그문트 바우만 : 유동하는 삶을 헤쳐나간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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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문트 바우만

 

 

사회학자, 철학자, 대중 지식인으로 알려진 지그문트 바우만의 일대기를 다룬 이 책은 2013년 11월부터 완성되기까지 인터뷰와 자료 수집, 집필을 위해 코시치우슈코 재단의 지원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다. 무려 748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저작이다. 주석을 빼도 650페이지 정도의 분량으로 지그문트 바우만이 걸어온 삶과 지식인으로서의 철학을 담아냈다.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을 넘어 그가 바랬던 세상은 6개월간 하쇼메르 하짜이르 지부에서 활동이었다.

"되돌아보면, 오랫동안 상상한 공정한 세상의 밑바닥에 자리 잡은 것은 우리가 꿈꾸었던 삶이라기보다 우리가 실천했던 삶이었다. 그런데도 그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나는 그럼 삶을 꿈꾸고, 뒤쫓았다. 그런 삶을 찾을 수 있다고 나를 잘못 이끌었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확고한 결심과 사회주의자 되겠다는 결심도 이때부터 싹트기 시작했다. 포즈난의 유태계 폴란드인으로 태어나 어렸을 적부터 반유대주의로 인해 차별받는 시절을 경험했고, 나치의 침공을 피해 탈출을 감행하여 간 곳이 소련이었는데 빠른 진급으로 군 정치장교이자 첩보 요원으로 활동한다. 1953년 3월 16일 군에서 해임되고 나서야 생활은 궁핍해졌어도 비로소 자유를 되찾았고 학자로서 첫 발을 내딛게 된다. 바우만은 격동의 시대를 살면서 파란만장한 일들을 겪었던 역사의 산증인 셈이다.

매우 분량이 많고 본인이 직접 자서전을 쓴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독성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좋다. 어찌나 술술 읽히던지 마치 그 시대를 간접 경험한 것처럼 생생하게 장면들이 그려진다. 지그문트 바우만에 대해 전혀 몰랐지만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생전에 남긴 글과 함께 전 생애를 막힘없이 읽을 수 있었다. 보통 이렇게 책이 두꺼우면 번역이 매끄럽지 못해서 딱딱한 문체로 금방 지루함을 느끼기 쉬운데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책 읽는 맛을 다시 느끼게 해주었고 그가 바라던 세상을 되돌아보게 해주었다.

한국은 지구 유일의 분단국가로 여전히 이념에 매우 민감하다. 자신의 생각, 사상, 이념과 다르면 무조건 매도하고 본다. 같은 폴란드 태생임에도 불구하고 유대계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온갖 불합리한 차별과 처우를 감내해야만 했던 지그문트 바우만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집필했던 57권의 책과 100여 편의 논문은 시대의 문제에 관한 것이었다. 세계화와 근대성, 포스트 모더니티, 소비주의처럼 불안정한 삶을 지적하며 시대의 지성이자 문화적 아이콘이 되었다.

이 시대의 참된 지식인이라면 좌우 구분 없이 현시대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지성이 소멸해가는 시대에 자본주의에 매몰된 채 정작 중요하게 다뤄야 할 것들은 점점 소리 없이 사라져가고 있다. 기초 학문은 경제 불황이라는 미명 아래 학과 폐지를 하거나 강제 통합을 할 만큼 위기에 봉착해 있다. 언제쯤이면 그가 꿈꾸었던 공정한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위대한 지식인이 남긴 삶의 숨결을 그대로 느끼듯 마음이 충만해지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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