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는 역시나였다. 다수의 팬을 보유한 베스트셀러 작가답게 이야기 전개될수록 휘몰아치는 필력은 대단했다. 다소 낯설고 민감한 주제였음에도 이를 풀어내는 능력은 탁월했다. 특히 젠더 이슈가 수많은 갈등을 낳고 있는 현시점에서 미스터리물에 녹여낸 점을 비춰보면 여성이 사회에서 받는 여러 가지 상황들을 생각해 보게 된다. 태생부터 남자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히우라 미쓰키는 데이토대학 미식축구부 출신의 열세 번째 모임이 있던 11월 세 번째 금요일에 불쑥 찾아와 고백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데쓰로, 스가이, 리사코는 미쓰키의 진실을 알게 되고 또한 같은 주점의 가오리는 스토커 하며 괴롭히던 도쿠라 아키오를 혼내주려다 죽게 만든 후 쫓기는 신세가 되는데 오히려 리사코는 미쓰키를 지켜주기로 한다.
같은 대학 동창이자 부부 사이인 데쓰로와 리사코의 결혼 생활에서 드러나듯 미쓰키가 말한 것처럼 여성이기 때문에 사회로부터 강요받은 부조리한 취급과 출산 때문에 포기하는 것들을. 하지만 문제는 아무리 위협적인 스토커범이라 할지라도 살인을 정당화할 수 있느냐다. 미쓰키의 세 친구는 범인 은닉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마치 탐문 수사를 하듯 가오리와 아키오 주변 사람들을 만나 정보를 수집해나간다. 이들이 알아내고자 했던 것은 도쿠라 아키오의 스토커에 대한 물증이었을까? 히가시노 게이노가 시대를 뛰어넘은 작가라는 것을 늘 작품마다 그가 철학적인 문제를 던지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사회적인 기준의 옳고 그름은 과연 누가 정해놓은 것일까? '남자답다', '여자답다'라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성 정체성 장애를 겪고 있는 소수의 사람들을 사회에서 받아들일 만큼 관대한가?
이야기가 전개되면 전개될수록 사건에 빠져들면서 툭툭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의 뛰어난 역량일 듯싶다. 다작을 하는 베스트셀러 작가임에도 사회적인 문제를 고민하고 깊은 여운을 남기기 때문에 두터운 마니아를 보유한 것이 아닐까 싶다. 등장인물마다 각자 주어진 상황과 위치에 따라 다른 시점으로 바라보면서 점점 진실게임으로 치닫는 건 미쓰키가 말한 이야기만 들었을 뿐이지 정작 사건의 전모와 진실은 밝혀낸 바가 없다. 이제는 당당하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히고 남자로서 새 출발을 하고 싶었으나 살인사건에 휘말리면서 곤란을 겪는 미쓰키를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감싸며 사건을 밝히는 데 앞장섰던 리사코는 그녀를 통해 응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이 아니어도 상관없지만 그의 책을 읽고 나면 다음 작품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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