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서평(Since 2013 ~)

[서평] 내일, 내가 다시 좋아지고 싶어 : 지금껏 애써온 자신을 위한 19가지 공감과 위로

 

내일, 내가 다시 좋아지고 싶어

 

생채기로 얼룩진 상처는 갓 사회에 나와 겪어야 했던 내 경우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정도의 차이와 경험만 다를 뿐 경력이 붙일 때조차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듯 무서웠고 버틴다는 게 힘에 겨웠다. 특히 회사 생활을 하며 우린 별의별 일을 다 겪는다. 부당한 처사에 제대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쫓겨나듯 내쳐졌고, 저울질하듯 내걸려져 평가받는 일에 익숙해져야 했다. 저자가 회사에서 겪은 일을 나 역시 겪어봤기에 공감하면서 읽었다. 고용이 불안한 시대에 옆 사람이 해고를 당해 사라져도 아무렇지 않고 굴러가는 게 회사였고, 마치 익숙한 일인 양 회사 분위기에 눈치 보며 아무 말도 못 한 채 지나가는 일도 다반사다. 노동 시장이란 정글에서 생존하려면 배워야 할 스킬들을 비법처럼 전수받는다.

소위 몸값을 올리기 위한 덕목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여러 기술을 연마하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아야 인정받았다. 회사에 쓸모 있는 톱니바퀴가 되려면 처세술이란 이름으로 사내 정치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저자의 다른 에피소드보다 유독 회사와 관련된 이야기가 재미있고 공감 가는 이유는 저자만의 특별한 경험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치 무용담처럼 퍼져나간 일들은 더 이상 겪어봐야 알 수 있는 일이 아니게 되었고, 오늘도 어딘가에선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과도한 업무지시와 관련하여 팀장에게 따졌다가 회의실에서 난도질당한 일을 보면 마음이 썩 좋지 않았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처럼 이기적인 동료애를 보니 각자도생이 어울릴 만큼 회사 생활은 서로 고달프게 굴러가는 듯해서 말이다.

돈을 벌려면 회사 생활로 하며 월급을 받아야 하는데 그게 참 녹록지 않은 현실이다. 저자는 어릴 적에 착한 아이로 자신을 방어하며 컸는데 사회에서 겪은 모든 일들과 가까운 목전에서 목도한 죽음 등은 18번째 에피소드의 결론에서 해답을 찾은 듯싶다. 결혼 후에도 행복은 쉽사리 찾아오지 않았고, 다툼과 폭력, 별거와 이혼의 과정은 죽음의 언저리에서 위태롭게 보냈다. 만화가 '키쿠치 유우키'의 <100일 후에 죽는 악어>를 읽고서 인생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내일을 위해 애쓰고 허우적대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대체 무엇을 완성하고 싶은 것일까? 만약 이대로 내 인생이 끝난다면 그 인생은 미완인가?"

불행한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치료와 조언보다는 나를 치유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나 자신뿐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 불행이 영원히 지속되는 것도 아니고 언제나 끝은 있다. 얼마나 의도치 않은 일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냐는 마음의 차이일 뿐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도 마음이 지옥이면 지옥 같은 삶을 사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의 위로와 위안을 받고, 사회에서 받은 상처가 치유되었으면 좋겠다. 우리의 인생이 겨우 주위 사람들의 말에 결정된다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햇살이 비치는 뜰에 앉아 지나온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반추하며 내가 더 좋아지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