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문화, 사회 계급, 불평등, 성인기 이행, 가족과 친밀한 삶 등이 주요 연구 관심사인 저자는 사회학 박사로 100명이 거주하는 펜실베이니아 탄광촌 콜브룩에서 노동자들을 인터뷰하며 연구한 내용을 이 책에 담았다. 또한 현재 노동계급이 놓은 현실과 정치적 가능성을 모색해 보았다. 노동계급에게 가장 취약한 부분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는 일이다. 그들의 가난, 질병, 실업, 부채, 중독, 투옥, 폭력 등 경제적, 사회적 문제들이 노동계급의 삶을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콜브록에서 여러 노동자들을 인터뷰했지만 삶은 암울했고 빠듯한 생계를 해결하느라 무기력했고 체념의 한숨도 읽혔다. 정치인을 향한 냉소와 혐오의 감정은 그들이 현실이 바꿔주리란 기대나 희망도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자신들의 고된 노동, 끈기, 의지력을 바탕으로 공정한 몫의 존중과 사회적 포용을 요구한다. 역설적이게도, 이들은 자신의 미래를 통제하겠다고 하면서도 악의를 품은 '그들'이 자신들의 통제력 밖에서 정치적 결정을 내리고 자신들의 강력한 정치적 비판을 못 들은 척한다고 말한다."
미국 노동계급(흑인과 히스패닉계, 유색인종)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와 닮은 부분도 존재한다. 제일 이해가 되지 않았던 건 같은 노동자끼리 서로를 비난하고 특정 정치인들의 의견을 동조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기득권층에 서서 노동문제를 외면한 채 파업을 벌인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을 봤다. 정치에서 소외받는 계층이 사회에 목소리를 내기란 어렵다. 민주시민의 적극적 권리행사가 투표인데 투표율이 저조한 이유도 현실 정치에 대한 기댓값이 낮기 때문이다. 이 책은 탄광촌 콜브룩에 거주하는 노동계급과 가족 구성원들을 인터뷰하며 있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민주당과 공화당 대통령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도 다들 제각각인 이유에 따라 결정하는 점도 흥미로웠다.
우리나라는 여러 차례 대선, 총선,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점점 투표가 가진 중요성을 깨닫는 중이다. 정치에 무관심하여 투표를 하지 않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알았다. 내 투표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모 나이트의 말이 뼈저리게 다가온다.
"최근에는 정치에 관심을 갖지도 못했어요. 그냥 요즘에는 내 인생의 거지 같은 일들에 둘러싸여 있었죠."
"진짜 하나도 없어요. 다른 나라에 가진 않겠죠. 그치만 내가 미국인이라서 자랑스럽지도 않아요."
"그 사람들은 솔직히 이 빌어먹을 나라를 땅속으로 끌고 가잖아요. 내가 그래서 투표를 안 하는 거예요. 뭐에 대해서는 착한 관심 같은 걸 가진 사람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 다 돈에 홀린 거예요."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와 국민이 좌우로 나뉘어 서로 대립하는 양상을 보면 정치에 회의감을 느낄 법하다. 공동체가 무너진 현실 앞에 소외계층이 서로 연대하는 일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경제적 불평등과 신분 상승의 기회, 가난과 무기력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고통이 대물림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콜브룩의 노동계급이 바로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다. 애써 외면해 온 우리들의 부끄러운 자화상들이 각자도생의 길로 불공평한 문제와 맞서야 한다는 게 서글프기까지 하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이들의 목소리는 잠겨버렸고, 오직 권력과 기득권을 붙잡은 채 투표를 정치의 이용수단으로 전락한다면 우리가 꿈꾸는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정치는 특정인들의 사유화 목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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