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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은 길고 짧은 25편의 소설이 담긴 책이다. 윌북 클래식 호러 컬렉션에 포함된 책으로 공포스럽다기보단 인간 내면의 비틀린 마음을 밀도 깊게 포착하였다. 1인칭 시점으로 쓰인 단편에선 작가의 엄청난 필력을 느낄 수 있었는데 몰입감 넘치는 서사를 보여주었다. 인간 내면에 숨겨진 내밀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기이한 모습을 나타내기도 한다. 특히 <윌리엄 윌슨>은 어릴 적부터 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가진 주인공을 실감 나게 묘사해서 끝까지 긴장감을 놓칠 수 없었다. 이름도 같고 생일 날짜도 똑같은데 사사건건 서로 부딪히지만 그 상대가 바로 자신이었던 것이다.

반면 <군중 속의 남자>에서 작가가 사람을 관찰하는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문장력에 감탄했다. 우리에겐 추리소설 작가로 알려진 에드거 앨런 포는 미국 낭만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인물 중에 하나다. 단편 소설의 개척자이면서 고딕소설, 추리소설, 범죄소설의 선구자인 그는 살아생전 궁핍한 생활에 시달렸고 음주, 도박, 광기, 마약, 우울증 등 실제 삶은 불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단편선에선 그의 불행한 삶과 닮은 불안정한 심리를 보이는 주인공을 보며 문학으로 극복해내려 했지만 끝내 40세라는 젊은 나이에 삶을 마감한다. 빛나는 문장을 마주할 때마다 그의 천재적인 필력도 불행을 끝내지 못했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사람의 심리에 대한 탁월한 이해를 가지고 소설을 썼지만 본인의 삶도 소설과 닮아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비참한 현실에서 벗어나 문학으로 승화시켜 잠시나마 고통을 지울 수 있기를 바라며 더욱 글쓰기에 몰입했을 거라는 생각에 조금은 다르게 다가왔다. 사후 17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의 문학은 사랑받고 있으며, 추리소설의 아버지로 칭송받는 이유를 이 단편선을 읽으면서 알 수 있었다. 25편의 단편은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으며 소설이 가진 진가를 여지없이 느낄 수 있었다. 작은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묘사하여 긴박감을 살렸다. 오래전에 알았던 고전의 매력을 다시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