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짐바르도는 시칠리아 섬으로 이주 붐을 따라 미국으로 온 부모님 덕분에 이탈리아계 미국인 2세대가 되었다. 어릴 적엔 가난한 집안에서 자란 그는 차별과 오해를 겪어야 했는데 유대인, 시칠리아 마피아, 흑인, 푸에르토리코인 등으로 취급받은 상황을 얘기하는데 사회가 만든 부당함이었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쯤 회계사를 권하던 아버지의 권유를 뿌리치고 브루클린 대학 심리학에 입학한 결정이 사회심리학의 대가로 나아가게 한 첫걸음이다. 예일대 심리학과에서 5년간 대학원 생활을 하고 뉴욕대학교에 임용되었다가 말콤 X를 만나게 된다. 짧은 뉴욕대 시절을 마친 후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정교수직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그 유명한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을 하는 등 스타 교수로 거듭난다.
스탠퍼드대학교 히스토리코너 건물에서 첫 강의를 시작한 이후 200명 규모로 출발했다가 2년 뒤엔 큐벌리 강당으로 옮겼고, 수강생 800명을 수용해야 했다. 더 큰 강의실에 필요해졌고 딘켈스피엘 강당과 메모리얼 강당으로 옮겨서 강의해야 했는데 수강생이 무려 1,200명이 될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다고 한다. 요즘 하버드 인기 강좌 못지않은 열기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의 강의가 특별했던 이유를 보니 학생들이 관심을 끌 방법을 찾았고 차별화를 위해 모든 강의의 시작과 끝이 새롭고 산뜻하게 만들고 지루함을 피하기 위해 매번 새로운 내용을 담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은 결과다. 토론과 파격적인 수업이 학생들로 하여금 강의에 더 집중하게 만들고 음악, 필름, 영상, 슬라이드도 총동원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깨진 유리창 이론, 루시퍼 이펙트, 타임 패러독스,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과 같은 수많은 어젠다를 제기하고 실험했던 그는 사회심리학의 대가로 평가받는다. 이 책은 '육성 회고록'을 바탕으로 한 질답 형식으로 쓰여서 훨씬 흥미롭게 읽혔다. 필립 짐바르도를 모르더라도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쓰여서 그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으며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 에피소드 하나하나 재미있었다. 또한 베트남전 이후 평화를 위한 반전운동과 여성 인권, 차별 금지에도 앞장서는 등 사회적인 문제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그가 커다란 묘비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새겨지면 좋겠다고 말한 것을 보면 수긍하게 된다. 부록에 실린 글도 심리학적으로 생각해 볼 만한 주제라서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그는 수줍음, 무지, 자기합리화의 감옥에서 사람들을 해방시켰다. 그 과정을 즐겼으며, 많은 이에게 평범한 사람이 영웅이 되어야 하는 이유와 동기를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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