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의 무법자 해적. 해적질은 영화나 소설에서 표현하는 것과 달리 익사하거나 굶어 죽어죽고 괴혈병, 말라리아, 전염병, 외래 질병에 걸려 죽는 것은 물론 적과 싸우다 죽을 가능성이 높은 위험한 직업이다. 해적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가난이나 실업, 가혹한 생활과 암울한 미래 등 절망에 빠진 자들이 마지막에 선택하는 것이지 돈벌이만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 그러면 해적질은 어느 계층에서 참여할까? 노동자, 소매업자, 장인, 어민, 선원 등 서민 출신 외에도 해적이 되거나 사략선을 타는 귀족도 많았다고 한다. 그 당시 중세 시대엔 파벌 간 싸움이 잦아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해적질을 했다고 한다. 사략선은 계약한 군주를 위해 싸우는 것이고, 해적선은 자신을 위해 싸운다는 것이 다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해적을 단지 게임, 영화, 소설에서 그리는 것처럼 바다를 마음껏 누리는 낭만적인 모습으로만 생각했을 것 같다. 하지만 왜구, 소말리아 해적, 카리브해 해적처럼 바다에서 마주치면 도망치거나 맞서 싸워야 하는 무법자일 뿐이다. 그들은 목적 달성을 위해 강탈, 약탈, 살인까지 서슴지 않고 선박을 습격하기 때문이다. 해적질을 하려면 우선 선원 모집부터 배를 확보해야 하는데 보통 무역상이 사용할 법한 원양 항해용 선박을 선호했다고 한다. 일반 상선으로 쓰이는 정크선을 선호한 이유는 평범하고 순해 보이는 외관 때문으로 영화처럼 대놓고 해적을 알리지 않았다. 전투선으로 개조해 빠르게 목표물에 접근해야 했고 배가 많이 오가는 좋은 위치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했다.
읽으면 읽을수록 해적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알게 되어서 흥미로웠다. 대부분 해적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새롭게 알게 된 책이었고 해적 범주에 바이킹, 명나라 해적, 왜구, 평등공유단, 양식형제단, 카리브해 해적 등 광범위하다. 심지어 국가에서 해적질을 묵인했는데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 드레이크 선장을 고용해 보물선을 약탈하도록 지원한 것이 좋은 예다. 해적행위를 이해관계에 따라 허용한 결과 지중해와 북해, 동아시아 바다에서 토착 해적들이 오랫동안 활동했고 유럽 해상강국들에 의해 식민지를 점령했던 맥락과도 이어진다. 해적은 각 나라에서 필요에 따라 중요한 해상 자원이었던 셈이다. 오늘날에 성행하고 있는 불법 조업은 단속을 강화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있어야 해적행위를 멈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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