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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매화는 내 딸 매실은 내 아들 1 : 아름다운 농사꾼 홍쌍리 자전시집

 

매화는 내 딸 매실은 내 아들 1

 

섬진강을 마주 보고 있는 형세의 청매실농원은 홍쌍리 명인이 손수 가꾼 매화마을로 유명세를 치러서 지금은 3~4월 봄철이면 수십만 명의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여행사 패키지여행으로 십 년 전에 청매실농원을 찾은 적이 있는데 주변이 온통 새하얀 매화꽃이 장관을 이루었고 발 디딜 틈 없이 밀려드는 사람들이 다시 찾아온 봄을 만끽했던 기억이 난다. 그보다 훨씬 전에 웹에이전시에서 홈페이지를 제작하기도 했는데 이렇게 자전 시집으로 만나는 감회가 새롭다. 등단한 시인은 아니지만 시에 삶의 애환이 담겨있다. 24살에 시집와서 아무것도 없던 야산을 매화밭으로 일구는 동안 고된 일상을 견디며 오직 기댈 곳은 자연뿐인 삶에서 이제는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오는 청매실농원을 꽃피워냈다.

언제 이렇게 많은 시를 지었는지 이젠 홍쌍리 시인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시에는 당시 느꼈던 심정과 경험들이 고스란히 들어있어서 시를 읊는 독자들도 비슷한 감정을 전해 받는다. 얼마나 고단하고 지난한 세월이었을까? 매화밭을 일궈내고 가을철이면 매실을 수확하는 일이 보통 일인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섬진강을 마주한 자연과 함께라서 버텨낼 힘을 얻었는지도 모른다.


"떨어지면 붙을 때까지 / 내 인생에 대충은 없다 / 설렁설렁 사는 게 싫어 / 설렁탕은 안 먹는다" - '일에 미쳐라' 중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고 열심히 살아왔다. 자신이 하는 일은 대충하는 법이 없고 뭐든 열과 성을 다했다. 설렁설렁 사는 게 싫어 설렁탕조차 안 먹는다는 건 일을 대하는 본인의 철학이다. 하려거든 달려들었으면 붙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면서 살았다. 청매실농원은 자신에게 주는 훈장처럼 이젠 봄철이면 사람들이 찾아오는 관광 명소가 되었다. 그래서 대충 할 수 없었다. 맨몸으로 매화밭을 일궈냈다는 자부심도 있다.


"일할 때는 아픈 줄도 몰라 / 맑은 마음 밝은 미소로 살게 한 흙은 / 한숨~ 눈물~ 기쁨도 다 들어주는 게 일터 / 흙은 영원한 내 일터 / 흙은 영원한 내 동무" - '일은 나의 보람' 중에서


우리도 자연에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낀다. 자연과 함께 하는 삶엔 이념도 빈부도 다 부질없다. 그저 살아있는 오늘과 살게 해준 자연에 감사하며 흙을 일터 삼아 생명을 피워낼 뿐이다. 그래서 저자가 지은 시에는 사람과 자연이 지닌 순수함이 묻어 나온다. 고단했지만 행복한 삶이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봄이 오면 거짓말처럼 백운산을 하얗게 물들이는 매화밭을 보며 한가득 짊어진 걱정과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을 수 있어서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