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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마흔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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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말하는 중년의 위기를 저자는 중간항로로 부르며 이렇게 정의를 내렸다.

"중간항로는 1차 성인기라는 확장된 사춘기와 피할 수 없는 노년과 죽음 사이에서 한 인격을 재정의하고 전환할 수 있는 기회이자 통과의례다. 이 길을 의식적으로 여행하는 사람은 삶을 더 의미 있게 구축할 수 있다."


마흔 즈음에 이르러서 갑자기 생각이 많아지고 전보다 훨씬 삶과 죽음을 고찰하게 되는 시기다. 중간항로를 통과할 때엔 잃어버렸던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한 여정을 떠날지 아니면 현실에 수긍하며 버텨야 할지 고민한다. 예전보다 못한 건강과 체력 저하를 느끼며 더 늦기 전에 주체적으로 살고 싶은 갈망이 불만으로 가득 차버린 현실의 나와 충돌을 빚는다. 제2의 사춘기가 찾아온 듯 어릴 적에 꿈꿨던 미래와 다른 현실 앞에 우울증, 무기력감,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지루함, 직장이나 관계를 계속 갈아치우는 일, 우울증, 불안장애, 점점 커지는 강박 증상을 들 수 있다. ... 내면의 압박이 커지면 지금까지 사용한 전략으로는 점점 억누르기 힘들어지고 자아의 위기가 폭발한다."


누구나 중간항로에선 겪는 통과의례처럼 찾아오는 증상이지만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신호이다. 아무도 해결해 줄 수 없으며 내면이 외치는 진실에 적극적으로 반응해야 한다. 이를 해소할 방법을 스스로 찾아 나서야 하며, 억누르며 버텨온 지금까지의 삶을 다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면 분명 지금보다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융 심리학을 기초로 쓰인 이 책은 분명 읽기 쉬운 건 아니지만 중년에 놓인 사람들에겐 중요한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중년이 되면 커다란 상실의 아픔을 겪지 않은 이가 없다. 주변 친척이나 친구, 부모, 배우자를 잃어버린 경험은 자신의 존재와 앞으로 삶에 전환점을 맞는 이유도 죽음의 두려움을 매우 가까이에서 겪었기 때문이다. 상실을 인정하기까지 받아야 할 상처를 견디며 치유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살면서 어떻게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스스로에게 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결국 불타오르는 열정이 나를 이끌었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게 해주었다. 앞날에 대한 기대가 없다면 무슨 의미로 살아가는가?


"현재의 삶을 가장 충실하게 살아야 한다. 과거에 대해 끊임없이 불평만 하면서 망설임과 부끄러움 속에 말년의 허약함과 죽음을 맞아서는 안 된다. 우리가 가장 온전하고 충실하게 살아야 할 시기는 분명 바로 지금이다."


이 말처럼 삶을 관통하는 통찰력 있는 충고는 없을 것 같다. 현재의 삶을 충실하게 사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오늘의 나는 과거에 겪은 경험과 쌓아 올린 일들이 만든 결과물이다. 망설임과 부끄러움으로 하고 싶은 일을 주저하기보다는 바로 오늘 충실하게 사는 것이 최선이며, 백세시대를 살아가야 할 우리들이 오늘보다 나은 삶을 살게 하는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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