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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셰임 머신 : 수치심이 탄생시킨 혐오 시대, 그 이면의 거대 산업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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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임 머신

 

수치심은 돈이 된다는 말은 곧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다이어트, 뷰티 산업이 호황을 누리는 이유는 수치심을 이용한 반대 급부로 막대한 이득을 취하는 기업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특히 보이는 모습에 사람들이 신경을 쓰면서 비만과 연계된 사업은 불황이 없다. 헬스, 다이어트 도시락, 닭 가슴살, 비건 샐러드, 다이어트 음료 및 식품, 체중 감량 솔루션, 단식원, 다이어트 보조제, 성형 등 방송에서도 쉴 새 없이 언급되고 있으며, 쇼핑몰이나 홈쇼핑 인기 콘텐츠로 뽑힌다.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사회 분위기는 혐오가 되기도 하고 다이어트를 위해 큰 지출도 마다하지 않는 상황에서 다이어트 관련 산업은 그렇게 굴러간다. 분명 비만은 성인병의 주범이기 때문에 건강을 위해서 반드시 빼야 하는 건 맞다. 이 책에서 지적하는 건 다이어트를 하는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애석하게도, 막강한 수치심 산업 복합체는 아이의 불행에 이해관계가 있다. 우리가 잘못된 가정과 유사 과학을 받아들이고 이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자책할 때, 수치심 산업 복합체는 이익을 얻는다. 우리처럼 이 아이도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수치심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마음에 위안이 찾아올 것이다."


예전에는 별다른 의심 없이 깊이 있게 생각해 보지 않은 문제였다. 하지만 치열하게 경쟁하는 능력주의 사회에선 외모도 스펙이라는 말처럼 아낌없이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투자한다. 그런 사회 분위기가 오히려 삶 전체를 위축시키고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렸을 때만 해도 보이는 것 대신에 내면을 중요시했다. 내면의 아름다움이 곧 그 사람을 돋보이게 한다고 여겼고 다이어트, 성형은 아예 들어보지도 못했다. 지금은 건강과 웰빙이라는 하나의 틀로써 서로 연계되어 있다. 방송과 유튜브에선 끊임없이 비만, 다이어트, 먹방 콘텐츠를 재생산해 낸다. 그래서 SNS를 이용한 혐오를 확산시키기에도 빠른 사회가 돼버렸다. 사이버 불링, 차별, 인셀 등이 심화되어 가는 이유도 피해의식, 피해 망상, 인지부조화, 과시욕 등 겉모습에 집착하여 혐오로 변질된 경우다.


현실의 쟁점이 되는 문제를 짚어보면서 문제의식과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정작 필요했던 질문은 비만과 당뇨의 위협으로부터 맞서기 위해선 믿을만한 자료로부터 답을 구하고 유사 과학과 장사치에게 속지 말아야 했다. 대표적으로 다이어트 약, 다이어트 한약 등 체중 감량에 효과적이라며 알 수 없는 연구 자료를 근거로 제시했던 광고를 했지만 사실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많았다. 건강하게 살을 빼는 것이 목적이어야 하는데 불안 심리를 자극해 당장 살을 빼줄 것처럼 자극적인 광고를 하는 기업에 나는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가? 수치심을 없애려면 우선 사람 간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서로의 아픔을 공감해 주고 외모로만 사람을 평가할 것이 아니라 내면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수치심 산업 복합체는 존재할 것이다.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건 결국 우리들의 몫이다.


"오늘날 수치심 체계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사람들 스스로가 모두 실수하는 존재라는 점 그리고 우리 주변에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인간은 자기가 한 행동에 책임을 지고 속죄해야 한다. 하지만 그 잘못 때문에 영원히 수치심의 늪에 갇혀야 하는가에 대해선 재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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