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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삼국지 기행 2 : 길 위에서 읽는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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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위나라가 삼국을 통일하며 승리로 끝났지만 촉한 정통론에 입각하여 쓴 소설에서는 조조가 아닌 유비와 제갈량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따라 권력 유지를 위해 만들어 낸 장치로 민중을 지배할 목적으로 충성, 믿음, 의리, 덕망을 강조하기 위한 유용한 도구로 사용되었다. <삼국지연의>는 한족의 기질과 역사적 소망, 대륙적 통일의 염원을 담고 있기 때문에 숙독하면 중국인을 알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사실 중국 토착 민족이 통일을 이룬 건 426년 한나라였을 뿐 그 외에는 이민족들에 의해 오랫동안 점령당했기 때문이다. 천하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인간의 쟁투 속에는 각자의 소망이 담겨있고, 역사에서 우리는 교훈과 지혜를 얻는다.

"<삼국지연의>를 세 번 읽지 않은 사람과는 이야기도 하지 말라"는 '무릇 천하의 대세는 나누어진 지 오래면 반드시 합쳐지고, 합쳐진 지 오래면 반드시 나누어지는 법이다'는 순환론적 역사관으로 이어진다."


<삼국지 기행 2>는 210년 겨울 조조가 심혈을 기울여 동작대를 완공할 때부터 252년 손권이 건업에서 병들어 죽고 손권의 손자인 폭군 손호에 의해 망국의 길로 들어서며 삼국 시대가 끝나는 시기까지를 다루고 있다. 소설에서는 사실상 제갈량이 출사표를 들고 사마의에 맞서 북벌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234년 오장원에서 병들어 생을 마감하는 부분에서 끝난다고 볼 수 있다. 이후 263년 촉한, 265년 조위, 280년 손오가 차례대로 멸망하고 서진이 통일하면서 삼국시대는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1800년 전 장대한 역사의 현장에서 삼국지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정은 <삼국지연의>를 제대로 읽고 제대로 살펴보고 제대로 알기 위함에 있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숨겨진 중화주의 사상이다.


사실과 허구가 혼재된 <삼국지연의>가 열광하며 소설적 재미에 빠지는 이유는 드라마틱한 부분을 잘 살리고 작가의 상상력이 곳곳에 진짜처럼 창조된 까닭이다. 대다수 독자들은 어느 것이 사실이고 허구인지를 따지기보단 <삼국지연의>를 역사로 이해하려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글로벌 시대에 전 지구촌을 통째로 중화주의화하기 위한 콘텐츠로 이용하려는 의도를 간파해서 제대로 보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자가 몇 년에 걸쳐 삼국지 현장을 찾아간다는 것은 분명 험난한 여정이었을 것이다. 워낙 넓은 중국 대륙을 오가며 지역 주민들에게 수소문하여 알아낸 곳까지 현장을 담은 사진으로 인해 현재 중국에선 삼국지를 어떻게 콘텐츠화 하는지 알게 되었다.


분명 <삼국지>는 기승전결이 뚜렷한 이야기와 매력적인 영웅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몇 번을 읽어도 질리지 않는다. <삼국지 기행>은 1, 2권으로 나눠져 있어 <삼국지>가 얼마나 방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길 위에서 만나는 삼국지는 역사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게 해주었다. 역사적 진실보다 허구일지라도 이득이 된다면 진짜처럼 꾸며놓고 관광지로 만들어버리는 걸 보면 역사 왜곡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앞으로도 이렇게 진실에 다가가는 책들이 발굴되어 제대로 된 삼국지를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저자 덕분에 함께 삼국지의 무대가 된 지역을 다 돌아다닌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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