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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괜찮아, 그 길 끝에 행복이 기다릴 거야 : 흔들리고 지친 이들에게 산티아고가 보내는 응원

 

예측도 안 되고 눈앞에 펼쳐진 길 위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길. 그저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며 걷다 보면 자연스레 내밀한 자신과 조우하게 되는 길. 산티아고 순례길은 어느 누군가에겐 오랫동안 버킷리스트에 적혀진 곳이다. 죽기 전에 반드시 가봐야 할 곳이자 779㎞에 이르는 고행길조차 마다하지 않고 다시 찾게 되는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워낙 걷기를 좋아해서 2011년부터 참가한 서울순성놀이와 생명사랑 밤길걷기도 힘들었지만 산티아고 순례길을 매일 걸어 종착점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까지 걸어가는 대장정에 비할 바가 아니다. 우리는 인생에서 어떤 해답을 얻기 위해 무모해 보이는 일에 자신을 내던진다. 과연 산티아고 순례길 위에서 어떤 대답을 들었을까?

"카미노를 걸으며 체득한, 그래서 나중에도 꼭 기억해야지 생각한 것 중에 '무리하지 않고, 욕심내지 않고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거나 포기할 줄 아는 마음가짐'이 있었다."


새벽 등반을 위해 출발할 채비를 갖췄지만 사방에 울려 퍼지는 천둥소리와 하늘을 찢는 벼락에 놀라 주춤한 사이 호주인 할머니 순례자가 해준 말을 듣고 터득한 마음가짐이다. 예상치 못한 난제 앞에서 잠시 멈추어 기다리면 다른 선택지가 보이거나 생각하지도 못했던 반전이 있다는 말이다. 변화무쌍하게 날씨가 바뀌는 산티아고 순례길 앞에선 이렇게 탄력적으로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완벽하게 계획을 세운 여행조차 예측할 수 없는 일이 오히려 기억에 오래 남고 사람은 주어진 환경 앞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게 되어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걷는 순례자들은 대자연이 주는 선물에 자신을 맡기며 허례허식을 내려놓는다. 무거운 짐을 지고 욕심 대신 하루 정도 버텨낼 요량으로 걷는 일의 반복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룬 기행문들은 수없이 많았다. 각자 자신이 겪은 경험들로 채워져 있으며 길 위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의 인연은 저마다 배울 점들이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득 이 책을 읽다 보니 채워도 채워지지 않은 욕심에 너무 많은 인생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세상에서 어떤 의미를 찾고 있는 걸까? 이러한 책을 읽고 있으며 잠시 울컥해진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졌지만 반비례하여 잃어버린 많은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사라진 공동체 의식, 사람과의 연대감 등 어느새인가 소중한 가치 대신 자리 잡은 끝없는 욕심이 절망 끝으로 몰아붙인 결과이리라. 보물찾기 하듯 행복을 찾지만 사실 행복은 모든 걸 내려놓은 그 길 위에 열린 마음속에 있었던 것이다. 서로를 비교하기 보다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지점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은 마법을 부리는지도 모르겠다.


"인간과 인간을 가까워지게 하는 게 카미노의 마법이다. 고립과 갈등, 적대화의 시대에 팬데믹까지 겹쳐 삭막하기 짝이 없게 변해버린 세상 속에서 고독함과 우울함을 느끼는 모든 인간에게 산티아고 길은 마치 '어서 와, 내가 있잖아.'라고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