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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수상한 단어들의 지도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어원의 지적 여정

 

외국어 공부를 하다 보면 문득 이 단어의 어원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이 책은 어원을 찾아떠나는 지적 여정이라 할만하다. 게다가 문장이 딱딱하지 않은 구어체로 쓰여 있어서 읽기 편하다. 읽을수록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그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구성은 굳이 단어를 외우려고 하지 않아도 가볍게 읽고 넘어갈 수 있게 해준다. 어원은 대개 종교, 문화, 역사에서 오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이 책은 그보다 더 폭넓게 다루고 있다. 이런 말 저런 말, 좋은 말 나쁜 말, 동물의 세계, 무엇이라 부르랴, 말도 가지가지 파트로 나눠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읽다 보면 언어는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면서 전해져 왔음을 알 수 있었다. 오늘날 우리들이 쓰는 영어를 보면 그리스어, 라틴어, 프랑스어, 네덜란드어 등 대부분 유럽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은 단어가 없다.

무작정 단어를 암기하기 보다 한 번쯤은 어원에 대한 책을 읽어보는 것도 배경지식을 알고 배우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을 쓴 저자가 들려주는 풍부한 어원 지식은 '공부란 재미있는 것'이라는 신념대로 굳이 외우지 않아도 지식을 쌓을 수 있게 해준다. 암기한다고 외워지는 것이 아니라 시공간을 초월하여 단어가 탄생하게 된 배경을 따라 역사 여행을 하면서 그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비로소 얼기설기 얽혀있는 단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이야기꾼인 저자의 풍부한 지식 덕분에 단어는 그 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다듬어지고 변화하는 숨 쉬는 생명체라는 걸 곧바로 알 수 있다. 여전히 지금도 시대에 맞게 단어가 탄생하고 없어지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그래서 어원을 알면 서양 문화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한 번에 어원을 이해하겠다는 생각보다는 틈날 때마다 펼쳐들고 필요한 부분을 파고들면 좋을 것 같다. 저자가 순서대로 읽기 보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들고 읽는 것을 권하고 있는 것처럼 순서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모든 언어가 어원이 있는 것처럼 어떤 계기로 생겨나고 철자나 단어 뜻이 바뀌게 되었는지 아는 것은 재미있는 작업이다. 읽기 시작하면 빠져나올 수 없다고 추천한 이유는 아무래도 어원에 대한 궁금증이 갈수록 커져간다는 의미일지 모른다. 어원을 이런 방식으로 재미를 붙여 공부하면 기억에도 오래 남고 큰 틀에서 문화까지 섭렵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외국어를 공부하는 사람에게 더욱 추천할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