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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자연에 이름 붙이기 : 보이지 않던 세계가 보이기 시작할 때

 

이 지구상에는 얼마나 많은 종류의 동식물이 살고 있는 걸까? 게다가 분류 통계에 잡히지 않은 동식물과 이미 멸종된 동식물까지 합치면 지구상에 살았던 동식물은 셀 수 없이 많았을 것이다. 하나하나 집계하여 이름을 붙이는 일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다른 책에서도 보면 발견자, 가수 이름, 지명 이름 등을 붙이는 등 분류하는 데 꽤 애를 먹었을 것 같다. 저자는 생물 분류학의 기초를 쌓은 스웨덴 식물학자인 카롤루스 린나이우스의 생애를 돌아보면 생물 분류체계가 잡혀나가는 과정을 돌아본다. 린나이우스의 저서인 <자연의 체계> 초판에 보면 전체 동물계를 어떻게 분류했는지 나온다. 초기에 개념을 정립하고 과학적 분류를 했기에 후대 박물학자, 동식물학자들이 이어 계승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이제껏 알려지지 않은 생명체를 발견한다는 건 이루 말할 수 없이 신비롭고 놀라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분류학자의 고충을 들어보면 분류체계 안에 넣는 일이 만만치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원래 분류학자들의 딜레마는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다양한 생물, 이를테면 한 무리의 새나 식물이나 메뚜기와 맞닥뜨렸을 때, 사람은 즉각 광범위한 유사점과 차이점에 직면하게 된다. 이 다양한 유사점과 차이점 가운데 유기체들을 종, 속 등등으로 분류할 때 어떤 유사성과 차이에 주목해야 하는지를 어떻게 안단 말인가? 자연의 질서를 판단할 때 종들 사이의 모든 유사점과 차이점이 다 유용하지는 않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그래서 분류학자들의 판단 기준은 감각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분류 군들이 다 틀릴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놓은 셈이다. 자연의 질서를 인간이 체계적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동·식물원에서 보는 것들은 어느 정도 분류체계에 들어간 것들이라 그 내력을 알 수 있지만 지금도 새롭게 발견되는 동식물들은 무슨 기준으로 분류할 것인가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이 책은 분류학을 일반 대중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쓰였는데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는 수많은 종들에 관하여 분류학자들이 겪는 수많은 난관과 문제, 고민들을 알 수 있었다. 과학적 연구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연의 신비에 접근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동식물 중 극히 일부분만 일반인들이 눈으로 확인했을 뿐이라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동·식물원이나 박물관, 다큐멘터리 영상에서 보는 것이 전부고 그 외 발견하지 못한 동·식물은 또 얼마나 될까? 이런 궁금증과 호기심은 <자연에 이름 붙이기>와 같은 책처럼 재미있는 일이다. 분류학의 세계를 궁금해하거나 자연의 신비로움에 가까워지고 싶다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