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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고려거란전쟁 : 고려의 영웅들(상)

 

공영방송 50주년 특별 기획으로 32부작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이 방영된다. 오로지 전쟁에 초점을 맞춰 빠른 전개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소설의 몰입감을 높여주었다. 특이한 점은 고려군과 거란군 각각의 시점으로 고려-거란 전쟁을 보는 재미가 있다. 916년 나라를 세운 거란은 10년째 되는 해에 발해를 무너뜨려 만주 지역을 장악했고 송나라와의 전투는 물론 993년(고려 성종 12년)부터 1019년(고려 현종 10년)까지 1~3차 고려-거란 전쟁을 일으켰다. <고려거란전쟁 : 고려의 영웅들>의 시대적 배경은 고려 강조가 목종을 폐위시키고 현종을 옹립시키자 이를 명분 삼아 거란 황제인 야율융서가 40만 대군을 이끌고 고려를 침공한 부분을 다루고 있다. <고려거란전쟁 : 고려의 영웅들(상)>은 1010년 11월 16일 진시(8시경)부터 12월 17일 미시(14시경)까지로 흥화진, 통주, 서경 등 주요 전쟁터를 생동감 있게 그려낸다.

이 소설이 가진 최대 장점은 치열하게 전개되는 전쟁터의 모습뿐만 아니라 고려와 거란 측 주요인물들에 대한 묘사, 대화, 성격 등 각자 놓인 상황에서 바라보면 더욱 밀도 높은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흔히 북방 유목 민족은 야만족이나 오랑캐라는 이미지로 인식하는 경향이 큰데 반해 소설에서는 전략적이고 문명화된 모습으로 그려진다. 독자적인 거란 문자를 만들었고 요나라 시대의 불교 유물과 유적을 매우 높게 평가받고 있는데 고도의 문명을 가진 그들은 전쟁터에서도 확고한 위계질서 아래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군대를 운용하고 있다. 꽤 매력적인 캐릭터로 그려지는 부분도 있으며 거란 6대 황제인 야율융서는 인자한 성군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2차 고려-거란 전쟁에서 40만 대군이 고려를 침공하지만 성주 양규가 버틴 흥화진을 함락하지 못했다. 하지만 통주에서 거란군에 맞서 싸우던 강조가 대패하여 죽음을 맞이한다.


파죽지세로 곽주, 안주, 숙주를 점령한 거란군은 서경 공방전 끝에 함락시키는데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전쟁이 숨이 막힐 지경이다. 기마병이 주축을 이룬 거란이 40만 대군과 맞서 용맹하게 싸운 고려군을 생각하면 가슴이 웅장해질 정도다. 강감찬의 '구주 대첩'은 을지문덕의 '살수 대첩', 이순신의 '한산도 대첩'과 함께 한국사의 3대 대첩으로 불리는데 제2차 고려-거란 전쟁에는 양규, 김숙흥처럼 용맹함과 지략을 갖춘 영웅들이 있었다. 고려가 거란과 같은 강대국에 멸망하지 않고 1392년 8월 13일까지 474년간 왕조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다. 수많은 강대국의 침공에도 고려군은 한치의 물러섬도 없이 나라를 구하기 위해 전력투구한다. <고려거란전쟁 : 고려의 영웅들>을 읽으면 바로 수긍이 갈 것이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지만 수많은 고려의 숨은 영웅들 덕분에 나를 지켜낼 수 있었다. 소설과 함께 드라마를 본다면 더 큰 감동을 받을 것이다. 매우 두꺼운 책임에도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할 만큼 빠져들었던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