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굉장히 두꺼워도 6페이지부터 505페이지까지는 모두 '혁신적인 의자 디자인 500'으로 채워져 있다. 모양도 형태도 쓰임새도 제각각인데 의자가 단순히 앉아서 쉬는 기능적인 용도뿐만 아니라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보게 되는 조형미까지 엿볼 수 있다. 예전에 <뮤지엄 산>이라는 미술관 내에 전시되어 있는 의자를 본 적 있는데 혁신적인 디자인은 시대를 가리지 않는다는 걸 보고 놀란 기억이 있다. 인체공학적인 설계는 20세기 초반에도 있었고 오히려 지금보다 훨씬 디자인이 멋지다. 띠지에 실린 사진은 1958년에 아르네 야콥센이 만든 '백조 의자'라 이름 붙인 의자다. 전혀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고 모양도 독특하다.
이 책에 수록된 500개의 디자인은 1000년대 경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멍에 모양 등받이 의자'부터 2017년에 만든 '발트해 자작나무 두 조각 의자'까지 시대를 넘나든다. 안락의자부터 접이식 해먹 의자, 라운지 의자, 사파리 의자, 캡 의자, 공작 의자 등등 많은 종류의 의자를 볼 수 있었고 실용적인 용도보단 오래 앉기 힘들 것 같은 의자도 있었다. 누구나 탐낼 만큼 디자인이 아름다운 의자도 있었고 현재까지 보급되어 사용되는 의자도 있었다. 이 두꺼운 책을 펼쳐서 의자를 보는 것만으로도 지금까지 의자의 발전상과 역사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수많은 디자이너들의 창의력 넘치는 아이디어로 제작된 의자를 보고 있으면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실물 의자를 봤을 때 느꼈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의자는 하나의 예술 작품이고 왜 혁신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는지 이해할 수 있다. 신기한 건 접이식 의자는 이미 1640년 경에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중국 편자 모양 등받이 접이식 의자'로 편자 모양의 등받이와 팔걸이를 이루는 둥근 상부 가로대부터 좌판을 받치는 날렵한 X자 모양의 접이식 다리까지 균형이 잘 맞는 요소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안락의자도 1700년대 영국에서 만들어졌는데 '체스터필드 안락의자'는 체스터필드 백작 4세 필립 스탠호프의 의뢰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둥글게 말린 팔걸이 모양, 같은 높이의 등받이와 팔걸이, 못머리로 장식된 테두리를 가진 이 의자는 바른 자세로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데 1인용 가죽 소파 같다.
다양한 의자를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한 책이다. 무엇 하나 비슷한 디자인을 가진 의자도 없었고 너무나도 시대를 앞서나갔다고 생각했다. 설계부터 디자인, 제작까지 공들인 노력과 장인 정신은 대단했다. 가구 디자인은 가구 디자이너의 창의력에 따라 때론 지금껏 없었던 혁신적인 디자인의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뮤지엄 산>에서 르 코르뷔지에가 만든 의자를 이 책에서 다시 볼 수 있었는데 의자 하나만으로도 편안함과 안락함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새롭고 혁신적인 디자인을 가진 의자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책에 수록된 500개의 의자를 봐도 좋을 것 같다. 연도 순으로 정렬된 설명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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