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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친일파의 재산 : 친일이라는 이름 뒤의 '돈'과 '땅', 그들은 과연 자산을 얼마나 불렸을까

 


1945년 8월 15일 광복 후 해방된 지 79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국민들이 친일파에 분개하는 까닭은 자발적으로 나라를 팔아넘긴 대가로 상당한 부를 축적하고 일본 귀족이 되었기 때문이다. 부와 명예는 후손들에게 세습되었고 반민족 행위에 대한 친일 청산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 여파로 지금까지 분열과 갈등, 대립을 하며 사회는 둘로 갈라서버렸다. <친일파의 재산>을 통해 뚜렷이 알게 된 사실은 친일 매국 행위에 가담한 상당수가 대한제국 황족의 일원과 국가 대신들이었다는 점이다. 외교권도 넘기고 한일의정서도 맺고 궁궐의 모든 기밀 사항도 일제에 넘겨줬다. 친일을 매우 달콤해서 일제는 그럴 때마다 상당한 돈을 지급했다. 작위도 내려주고 중추원 고문으로 거액 연봉을 매년 지급받는다. 또한 은사공채를 지급받으며 아무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해준 것이다.

백성들이 고통받건 말건 망해가는 조선을 목숨 걸고 지키는 대신 친일 매국을 해서 거액의 돈을 챙긴 기회주의자들이다. 친일파들은 실제로 그런 지위에 있었던 사회 엘리트 계층이었다. 우리나라가 오랫동안 외세에 맞서 싸웠던 민족으로 수천 년 동안 고려 시대 원나라를 제외하곤 오랑캐에 굴욕당한 일이 없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때도 힘을 합쳐 외세를 물리쳤는데 황족과 대신들이 합세해서 적극적인 친일 행위로 나라를 팔아넘겼으니 민중들의 분노가 얼마나 거셌는지 알 것 같다. 친일재산이 문제가 되는 건 일본과 제휴하며 민중을 억압하는 동시에 기득권을 유지·강화시키는 수단이 되었기 때문이다. 친일로 인해 경제적 이득을 얻었고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정치, 경제, 문화, 예술, 국방 할 것 없이 광범위하게 친일에 가담한 이유이기도 하다.

친일은 떳떳하지 못하고 부끄러워해야 할 매국 행위다. 동포를 배신했으며 일제보다 앞장서서 독립운동가들을 체포하러 다녔고 총부리를 들이밀었다. 수많은 친일반민족행위자 가운데 이재면, 이재극, 박제순, 이완용, 조진태, 이윤용, 이근택, 이지용, 조민희, 김종한, 박영효, 이병무, 박의병, 송병준, 조성엽, 이기용, 김덕기, 박영철, 박병일, 박춘금, 김응순, 민병석, 김갑순, 김태석, 박중양, 박상준, 김극일, 배정자, 박흥식, 이항녕 등 최악의 친일파 30인이 불린 재산을 분석한다. '순종 황제 서북순행 사진첩'에서 소름 끼치는 사실은 순종 황제 주변으로 이토 히로부미를 비롯해 을사오적(이완용, 이근택, 이지용, 박제순, 권중현)과 대다수의 친일파들이 함께 사진을 찍었다는 것이다. 나라를 팔아넘기는데 앞장섰던 대신들이 모두 일제와 한통속이었으니 통탄할 만한 일이다.

2009년 11월 8일에 발간된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사람만 총 4,776여 명이라고 하는데 일반 백성들보다는 기득권, 경제인, 지식인들이 백성을 착취한 돈을 취득하고 전쟁터로 내모는데 적극 가담했던 이들이다. 이 책만 읽어보더라도 친일은 부자 반열에 올라설 수 있는 기회였다.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하고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친일을 하면 일제가 상당한 거액의 돈을 주고 독립운동을 하면 아무런 부를 축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친일 행위를 위한 일제의 위협과 강압은 없었고 부득이할 수밖에 없었던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백성들은 수탈당하고 고혈이 빨리고 있었지만 친일에 앞장섰던 이들은 같은 동포를 억압하고 일제로부터 부와 명예를 보장받으며 기득권에 서서 일제에 우국충정을 다했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비극은 해방 위 조직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가 법무부의 특별 경찰대에 의해 강제 해산 조처를 하면서 친일청산이 중단된 지점이다. 일제강점기에 일본 제국과 적극적으로 협조한 자들을 조사해서 합당한 처벌을 받게 했다면 이념으로 첨예한 갈등과 대립으로 분열되고 역사왜곡 시도와 친일 행위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근현대사를 바로 알기 위해선 이와 같은 책을 통해 역사적 사실에 눈과 귀를 열어둬야 한다. 친일파들이 축적한 재산은 친일에 가담하여 일제에 적극 협조한 대가로 얻은 부정한 재산이다. 프랑스 혁명과 통일 독일의 과거 청산에서 우리가 교훈을 얻어야 한다. 아무리 역사왜곡을 시도해도 진실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후세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제대로 알아야 같은 일이 반복되는 걸 막을 수 있다.

 

 
친일파의 재산
최악의 친일파 30인의 죄상과 그들이 불린 재산을 분석하며 ‘우리들의 일그러진 근대사’를 다시 읽는다! - ‘매국의 아이콘’ 이완용은 경성 최고의 ‘현금왕’이었다? - 군부대신 이근택은 30만 원의 기밀비를 받고 궁궐의 모든 기밀을 빼돌렸다? - 고종 황제의 형님 이재면은 은사공채를 이완용보다 무려 5배나 많이 받았다? - ‘정미칠적’ 송병준은 1925년에 홋카이도에 560만 평 이상의 땅을 소유했다? - 외부대신 이지용은 나라를 팔아 10만 원을 받고 도박판에서 하룻밤에 11만 원을 던졌다? ‘친일파’. 태어난 지 100년도 넘은 이 단어는 익숙하지만 언제 들어도 불편하다. 정확한 학술적 개념까지도 필요없이, 상식적으로 친일파란 ‘일제강점기에 일본에 빌붙어 호의호식하면서 식민지 조선의 대중을 피 빨아먹고 살았던 부역자들’을 통틀어 부르는 말인데, 그들은 왜 친일을 했을까? ‘친일파’들은 ‘부득이하게 친일을 했다’고 변명하곤 한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새빨간 거짓말인지를 『친일파의 재산』은 낱낱이 알려준다. 친일의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렇다면 그들은 과연 얼마나 이익을 얻었을까? 이런 의문에서 출발한 『친일파의 재산』은 대표적인 친일파 30명의 ‘친일 재산’과 ‘친일 연대기’를 사료와 당시의 신문기사, 증언과 회고록 등을 토대로 알려주는 동시에 당시 평범한 이들의 평균 소득이나 월급을 비교 제시하면서 ‘우리들의 일그러진 근현대사’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저자
김종성
출판
북피움
출판일
2024.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