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 년부터 살았던 인류가 머문 땅엔 얼마나 많은 쓰레기들이 쌓여 있을 것인가 생각만 해도 흥미진진하다. 쓰레기는 곧 인류 역사와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쓰레기를 처리하는 문제는 위생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에 전염병을 예방하고 환경 오염을 줄이기 위해선 반드시 잘 처리할 필요가 있었다. 중세 시대 흑사병이 창궐한 것도 오물이나 동물 사체를 호수와 하천에 마구 버리는 등 위생에 신경 쓰지 않은 결과로 인해 전염병이 빠르게 퍼져나갈 수 있었다. 도시 내에서 가축을 기르는 일은 흔했고 말과 소를 운송 수단으로 썼기 때문에 수백 톤의 배설물 처리 문제는 심각했다. 이를 근대 이전, 산업 시대, 대량 소비 시대로 나눠 살펴보면 산업 시대 이전엔 쓰레기 발생량이 적고 재사용과 재활용이 일반적이었다면, 이후부터 양을 크게 증가시켜 자원 재활용이 글로벌화되고 있다. 워낙 많은 쓰레기가 배출되고 미세 플라스틱처럼 분해되지 않은 쓰레기 때문에 환경 문제가 부각되었다.
로마처럼 오래된 도시는 쓰레기 더미 위에 새로 집을 짓고 도로를 깔다 보니 지하를 파고 들어가면 연대별로 역사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쓰레기의 역사는 대략 기원전 1만 년에서 기원전 6천 년 사이로 인류가 한 장소에 정착하면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사람이 집단 거주를 한 지역엔 반드시 쓰레기가 발생한다고 보면 된다. 단순히 버려질 뿐인 쓰레기를 독일 역사가인 저자는 "쓰레기 발생의 역사와 자본주의 경제와의 연관성을 이해하기 쉽고 명확하게 밝히는 책"이라는 평을 들을 만큼 매우 흥미롭게 핵심만을 콕콕 짚어내어 읽으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2024 독일 논픽션상 최종 후보에도 올랐고 FAZ, SZ, NZZ 등 독일 유수 언론으로부터 강력 추천을 받은 책이다. 진정한 양서라고 생각했던 것이 일상생활에서 늘 발생되는 쓰레기를 인류는 어떻게 활용하고 처리했는지에 대해 시대별로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이 밀집된 도시에선 청결 유지가 중요한 과제였다.
이런 책은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산업 혁명 이후 폭발적으로 인구가 증가하고 대량 소비 시대가 되면서 쓰레기 섬과 쓰레기 산이 생길 정도로 넘쳐나는 쓰레기를 처리하지 못하는 등 심각한 환경 오염 문제를 야기했다.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더욱 심각한 건 분해되지 않은 쓰레기인 플라스틱이 식문화를 크게 바꿔놓았지만 쓰레기 대란과 해양 오염, 미세 플라스틱 등 자연과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구 어디선가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를 어느 빈곤 국가에선 재활용하기 위해 수집하는 등 쓰레기의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고 해양 오염을 막기 위해서라도 플라스틱을 분해하기 위한 기술 발전과 연구로 시급한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쓰레기라는 주제만으로 인류사에 대해 생각할 여러 가지 문제를 심도 있게 파고든 이 책은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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