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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위대한 관찰 : 곤충학자이길 거부했던 자연주의자 장 앙리 파브르의 말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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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살았어도 자연을 벗 삼아 뛰어놀던 시절엔 잠시나마 현실을 잊고 웃을 수 있었다. 유년 시절이 아름답게 기억될 수 있는 건 자연과 함께 허물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봤기 때문이다. 시골에서 자란 건 아니지만 내가 자랄 때만 해도 서울 외곽에선 흔하게 곤충을 채집하고 관찰할 수 있었다.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뜨면 사방이 밝았고 함박눈이 내리면 무릎 위까지 쌓였으며 밤하늘엔 셀 수 없이 반짝이는 은하수가 빛나던 시절이었다. 장 앙리 파브르와 그의 생애는 몰라도 <파브르 곤충기>는 곤충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했고 생명체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끼게 만든 작품으로 기억된다. <파브르 곤충기>를 읽으며 상상의 나래를 무한대로 펼쳤고 우리가 모르는 세계에서 얼마나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때는 잘 몰랐다.

오랫동안 잊고 지낸 파브르. 그의 실물 사진을 이 책을 통해 처음 보았다. 깔끔한 양복 차림과 날카로운 눈빛을 보니 누구보다 성실하게 관찰하는 학자의 모습이었다. <위대한 관찰>은 파브르의 전기이지만 파브르 자신이 쓴 것이 아닌 그의 친구가 쓴 책이다. 파브르가 자라났던 환경의 영향 때문인지 어릴 적부터 자연과 곤충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고 그에겐 커다란 즐거움이었다.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카르팡트라대학 부속 초등학교 교사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지만 터무니없이 낮은 급여와 연금도 기대할 수 없는 궁핍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가르치고, 끊임없이 배우는 과정에서 얻는 기쁨으로 견뎌낼 수 있었고 자신이 스스로 습득한 지식도 전해주려고 노력했으니 학문과 연구에 대한 열정은 누구보다 강했던 파브르였다.

다시 읽는 파브르. 파브르가 대단한 건 포유류나 조류, 어류, 식물에 집중한 것이 아닌 바로 작은 곤충을 관찰하고 연구하는데 그의 생애를 다 바쳤다는 사실 때문이다. 파브르의 선구자적인 연구 덕분에 곤충학과 식물 세밀화 등이 지속적으로 연구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위대한 곤충학자로 기억되기 보다 자연주의자로 살았던 파브르는 검소하면서 규칙적인 일상생활을 보냈다. 그의 삶을 보면 마치 '헨리 데이비드 소로'나 '랠프 월도 에머슨'의 사상과 그 궤를 같이 하는 것 같다. 산업혁명이 일어나 모든 패러다임이 뒤바뀌는 시대를 살았던 파브르이기 때문에 그 반감으로 자연과 평생을 함께 했는지도 모른다. 파브르의 생애와 업적 그리고 그가 남긴 유산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자연이 없다면 인간도 존재할 수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기억해야 할 것 같다.

"너무 많은 거짓된 외모와 거짓된 쾌락을 좇는 대신 더 단순한 취향으로, 더 소박한 방법으로 돌아가는 법을 배우자. 수많은 인위적인 욕구를 벗어던지고, 그 욕망이 현명했던 옛 시대의 절제에 다시 빠지고, 풍요의 원천인 들판으로, 영원한 근원인 땅으로 돌아가자!"

 

 
위대한 관찰
위대한 관찰자 파브르, 생애 마지막 책에서 자연을 아끼는 모든 이들에게 초록색 시학(詩學)을 건네다 이 책은 《파브르 식물기》와 《파브르 곤충기》로 널리 알려진 장 앙리 파브르의 말과 삶을 담은 평전이자 회고록이다. 인류가 그동안 관심을 두지 않았던 자연의 모습과, 그것을 드러낸 과학자가 인생에서 내린 선택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각별하다. 익히 알려진 바와 달리 곤충학자로 불리길 거부해온 ‘자연주의자’ 파브르가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과 윤리는 오늘날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 기후 변화와 기후 위기를 거쳐 기후 재난이 코앞까지 들이닥쳐온 지금, 우리의 세계관에는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나’와 ‘우리’를 삶의 기준으로 두던 시절에서 내가 아닌 ‘그들’과 ‘인류’, 나아가 전 생물종과 온 우주까지, 세계로 자신을 확장하는 이 태도야말로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일 것이다. 겪어본 적 없는 세계에 대해 우리가 취해야 하는 첫 번째 행위는 파브르처럼 바라보는 것, 어떤 고정 관념도 떨쳐내고 현상에 직면해 관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찰스 다윈이 생명에 대한 이해를 근간부터 뒤흔든 자신의 역작 《종의 기원》에서 “아무나 흉내 내지 못할 관찰자”라 칭했던 바로 그 사람, 모든 삶을 바쳐 땅 위의 코스모스를 드러내고 자신만의 독보적인 방식으로 세계를 넓혀온 위대한 관찰자 파브르의 말과 삶을 통해 어디서도 경험하지 못한 존재의 확장을 체험해보자.
저자
조르주 빅토르 르그로, 장 앙리 파브르
출판
휴머니스트
출판일
2024.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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