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살았어도 자연을 벗 삼아 뛰어놀던 시절엔 잠시나마 현실을 잊고 웃을 수 있었다. 유년 시절이 아름답게 기억될 수 있는 건 자연과 함께 허물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봤기 때문이다. 시골에서 자란 건 아니지만 내가 자랄 때만 해도 서울 외곽에선 흔하게 곤충을 채집하고 관찰할 수 있었다.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뜨면 사방이 밝았고 함박눈이 내리면 무릎 위까지 쌓였으며 밤하늘엔 셀 수 없이 반짝이는 은하수가 빛나던 시절이었다. 장 앙리 파브르와 그의 생애는 몰라도 <파브르 곤충기>는 곤충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했고 생명체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끼게 만든 작품으로 기억된다. <파브르 곤충기>를 읽으며 상상의 나래를 무한대로 펼쳤고 우리가 모르는 세계에서 얼마나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때는 잘 몰랐다.
오랫동안 잊고 지낸 파브르. 그의 실물 사진을 이 책을 통해 처음 보았다. 깔끔한 양복 차림과 날카로운 눈빛을 보니 누구보다 성실하게 관찰하는 학자의 모습이었다. <위대한 관찰>은 파브르의 전기이지만 파브르 자신이 쓴 것이 아닌 그의 친구가 쓴 책이다. 파브르가 자라났던 환경의 영향 때문인지 어릴 적부터 자연과 곤충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고 그에겐 커다란 즐거움이었다.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카르팡트라대학 부속 초등학교 교사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지만 터무니없이 낮은 급여와 연금도 기대할 수 없는 궁핍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가르치고, 끊임없이 배우는 과정에서 얻는 기쁨으로 견뎌낼 수 있었고 자신이 스스로 습득한 지식도 전해주려고 노력했으니 학문과 연구에 대한 열정은 누구보다 강했던 파브르였다.
다시 읽는 파브르. 파브르가 대단한 건 포유류나 조류, 어류, 식물에 집중한 것이 아닌 바로 작은 곤충을 관찰하고 연구하는데 그의 생애를 다 바쳤다는 사실 때문이다. 파브르의 선구자적인 연구 덕분에 곤충학과 식물 세밀화 등이 지속적으로 연구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위대한 곤충학자로 기억되기 보다 자연주의자로 살았던 파브르는 검소하면서 규칙적인 일상생활을 보냈다. 그의 삶을 보면 마치 '헨리 데이비드 소로'나 '랠프 월도 에머슨'의 사상과 그 궤를 같이 하는 것 같다. 산업혁명이 일어나 모든 패러다임이 뒤바뀌는 시대를 살았던 파브르이기 때문에 그 반감으로 자연과 평생을 함께 했는지도 모른다. 파브르의 생애와 업적 그리고 그가 남긴 유산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자연이 없다면 인간도 존재할 수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기억해야 할 것 같다.
"너무 많은 거짓된 외모와 거짓된 쾌락을 좇는 대신 더 단순한 취향으로, 더 소박한 방법으로 돌아가는 법을 배우자. 수많은 인위적인 욕구를 벗어던지고, 그 욕망이 현명했던 옛 시대의 절제에 다시 빠지고, 풍요의 원천인 들판으로, 영원한 근원인 땅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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