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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우리는 왜 공허한가 : 문제는 나인가, 세상인가 현실의 벽 앞에서 우리가 묻지 않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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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후기입니다.

현대인으로서 현대화된 현대 도시를 살아간다는 것은 파놉티시즘에 갇힌 서로가 서로의 감시자처럼 느껴져 무섭고 두렵다. 어딜 가든 설치된 CCTV와 차량용 블랙박스, 스마트폰과 영상 촬영 기기에 개인은 무방비로 노출된 세상이다. 탈 맥락화된 온라인이라는 공간은 '끊어진 사슬의 이성'과 '기다란 정서 사슬'에 이끌려 사이버 폭력과 현대판 마녀사냥이 군중심리에 휩쓸려 맹목적이고 비이성적으로 벌어진다. 특정 사건·사건을 맥락 없이 표면적으로 이해하면서 온갖 가짜 뉴스가 퍼지는 원흉이 되었다. 실체적 진실보다는 대중이 선호하는 자극적인 제목에 휩쓸려 동조하면서 옳고 그름을 분별하지 못한 무리들이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고 있다. 여기서 저자가 언급한 청나라의 전대흔이 쓴 <허유>라는 책에 나온 구절이 오늘날에 그대로 적용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지금처럼 다양한 것이 혼재된 사회에서 사람들은 자기가 옳다고 여기는 것만 인정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반대한다."

정서적 차단과 유대감의 상실, 공동체의 해체와 대가족의 소멸 등 외로움과 우울감이 넘치는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은 위태롭게 강을 건너는 것처럼 같이 있지만 홀로 있는 존재들이다. 36명의 세계적 석학들을 인용하면서도 너무 철학적이지 않고 맥락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공허로 가득 찬 현대인의 삶은 그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못한 채 방황하는 유목민과도 같다. 규격화되고 표준화된 프로세스에 따라 사는 삶에 안정감을 느끼고 비로소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기분이다. 알고리즘에 지배를 받으며 그것이 나의 라이프 스타일과 취향을 반영한다고 믿는다. 1998년 극장에서 <트루먼 쇼>를 본 뒤 많은 생각이 들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들의 인생도 '트루먼 쇼'의 주인공처럼 타인에게 보이는 가짜의 삶을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알고리즘, 외모 지상주의, '도장 깨기' 식 여행, 집, 교육, 소비, 고령화, 우울증, 미니멀리즘 등 현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마주하는 13가지 문제들에 대해 심층 분석으로 본질을 해부한다. 이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이라고 생각하면 '표면에만 정체된 사회' 속에 행동하는지도 모른다. 문제는 갈수록 이런 문제들이 빠르게 확산되고 가짜를 진짜라 믿는다는 점이다. 서로를 속고 속이고 스스로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이기도 한 세상이다. 지식인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가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읽고 고민해 봐야 할 책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절망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마지막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사회구성원인 인간은 과거를 짊어지고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회는 인간으로 구성된다. 인류는 계속 과거를 짊어지고 앞으로 '기어가는' 존재다. 이런 의미에서 모든 사람은 '과거에 매어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지만, 이것은 결코 비관적이거나 슬픈 현상이 아닌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는 왜 공허한가
속에서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그 책임을 타인과 시스템에 떠넘기며 무력감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그는 타고난 재치와 예리한 통찰로 풀어낸다. 더불어 자신의 독창적 판단과 해석에 그치지 않고 뒤르켐, 베버, 푸코 등 세계적 석학들을 논의 속으로 초대해, 함께 문제의 본질을 탐구하며 깊이를 더한다. 현대 사회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저자는 ‘왜?’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정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새로운 시각을 선물한다. 친절한 그의 글은 세상을 관찰하고
저자
멍칭옌
출판
이든서재
출판일
2025.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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