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바! 조낸 B급 감성을 풀풀 날리며 시인은 가난함이 필연이라는 듯 자신을 미화시킨 산문집이다. 주머니엔 몇 푼 쥔 것 없으면서 술을 찾고 마신 술은 입 속으로 술술 들어간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시를 시답게 써내릴 수 없다는 듯 신세한탄은 안주로 세상을 향한 쓴소리는 디저트 삼아 좀처럼 나이지지 않은 살림살이를 하루하루 견뎌낸다. 시바!는 입에 달면서 때로는 철학자처럼 때로는 김어준처럼 세상 모든 일에 쿨한 척 위트인지 모를 말들로 자신의 일상을 적어나간다. 수식어도 반복해서 쓰면 웃긴 모양새가 되는데 산문집 속에서는 B급에 어울려서 크게 이질감은 없었다. 부재처럼 외롭고 슬프고 고단한 그대에게는 류근 시인 자신에게 하는 말인 것 같다. 돈벌이가 안되는 글쟁이가 되어서는 하류 시인으로 살아가느라 술 동냥하고 변변치 못한 집에서 하얀국물, 빨간국물의 라면으로 배를 채운다. 가난하게 되어 가난의 일상이 익숙해지면 무기력해질 수 있는데도 류근은 언제 그랬냐는듯이 유쾌하게 넘어간다. 시바!를 추임새 삼아 넘으면서 고단한 일상을 견디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단칸방 셋방살이에도 시를 짓던 감성으로 찌질하게 살아가는 일상에 사진을 곁들어서 이야기한다.
대부분 이런 류의 산문집은 에피소드가 풍부해야 하고 독자에게 공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우리들의 청춘은 왜들 한차례 홍역처럼 치르는 의식처럼 돈에 쪼들려 하루살이하듯 힘들게 삶을 살아가는 경험이 하나씩 있는 것일까? 나 역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겨우겨우 살아갔던 시절이 있었다. 고정된 자리라도 얻게된다면 한달을 버티고 먹는 것은 해결되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일자리를 알아보고 얼마 남지 않은 돈을 쪼개서 반찬을 사고 쌀을 사며 자취 비슷하게 살면서 하루, 한 주, 한 달을 버텼다. 그것이 청춘의 특권이라면 특권일 것이다. 청춘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외롭고 슬프고 고단한 삶을 견뎌낸 후에 더 단단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담장을 넘어온 담쟁이 넝쿨처럼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라는 제목처럼 결국엔 희망의 메세지를 전해주고 싶은 것이 아닐까? 답답하게 길게 이어지는 삶이지만 오늘 하루라도 즐겁게 살아가고 싶은 마음에 희화화하며 하루를 견디고 견뎌 희망의 그 날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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