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에 있어봄직한 얘기다. 벤에겐 오로지 "왜 세계엔 굶어주는 사람들이 있는가?"라는 생각만을 진지하게 고민하며 궁금한 것이 있으면 자꾸 질문을 해보지만 다들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귀찮아하며 가볍게 넘어버린다. 장 지글러의 책도 읽으면서 충분히 공감했고 다큐멘터리에서 굶주려서 마른 채 눈망울만 굴리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보면 불쌍하다고 여겨도 단지 그 뿐이었다. 하지만 벤은 그 문제가 예사롭지 않다는 걸 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가족들에게 질문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벤의 아버지인 론은 4개의 정육점을 운영하면서 잘나갔던 시절도 있었지만 요즘는 대형마트가 들어온 뒤로 매출이 급락해서 상심이 크다. 다이는 미인인데다 구릿빛 피부를 가진 날씬한 몸매의 소유자로 늘 바쁘다. 그에겐 누나가 있지만 역시 진지하게 얘기를 들어주지 않는다. 처음에는 아들 벤이 구석에서 야한 잡지를 몰래 본다며 의심하며 어릴 때는 그럴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세계의 문제를 혼자 떠안은 듯 끙끙대던 14살 소년 벤은 모두 확실한 답을 얻지 못하자 혼자 힘으로 세상을 조금 더 나아지는 환경으로 만들기 위한 작전에 들어가는데 14살 기준에 맞게 모두 황당하고 좀 어설프기까지한 것들이었다. 이 작전들을 하면서 벤은 한층 더 성숙해져간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청소년 소설답게 가볍고 기발한 내용들로 쉽게 읽히는 책이었다. 아프리카인들의 피부색이 검다고 온 몸에 검은색을 칠하는 칠하거나 고기를 먹는 손님에게 아저씨가 씹고 있는 고기가 위장에 도착할 때까지 세계 어딘가에는 90명의 사람들이 굶어주고 있을거라는 말을 당돌하게 말한다. 가족들은 처음에는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무시했지만 점차 아들의 말을 귀기울이면서 느리지만 변화해간다. 우리들은 문제의식을 느끼면서도 선뜻 실천하기엔 망설여졌다. 유니세프에서 거리홍보를 하더라도 내 할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동참하지 못하는 것처럼 생각과 달리 마음에 나서지 못했다. 이 소설에서 말하고자 한 것은 가정에서 실천해나간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더 나아지지 않을까라는 것이다. 학교에서도 알려주고 책을 추천해주고 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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