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쓴 후기입니다.
걷는다. 이 짧은 문장으로 시작되는 여행 에세이로 2권에서는 해파랑길과 남파랑길을 걷는다. 해파랑길은 코리아둘레길의 첫 번째 구간으로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을 시작점으로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끝나는 총 길이 750㎞, 50개 코스로 구성되었다. 부산에서 시작해 동해 해안가를 따라 걷도록 조성하다 보니 자연스레 대한민국 최장 거리 걷기 여행길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반면 남파랑길은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시작하여 전남 해남 땅끝마을까지 남해안을 따라 걷는 총 길이 1,470㎞, 90개 코스로 구성되었다. 해파랑길은 동해의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 '~와 함께'라는 의미가 합쳐졌다면, 남파랑길은 '남쪽의 쪽빛 바다와 함께 걷는 길'이라는 뜻이다.
총 길이만 놓고 보면 도무지 완주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몇 달에 걸쳐 걸어야 할 것만 같다. 물론 내륙 길을 걷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일 듯싶다. 동해안의 푸른 바다와 수려한 해송, 금강소나무를 비롯해 해변길과 숲길, 마을 길을 누비며 다변하는 주변 환경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몸으로 느끼며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남해안도 만만치 않다. 윤슬이 반짝거리는 짙푸른 해안경관은 장관일 것이고, 어촌마을을 걷다 비릿한 냄새를 맡으며 생동감 넘치는 삶의 활력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분명 흔치 않는 경험이고 그 지역에서 볼 수 있는 문화재와 토속 음식을 맛볼 수 있으리라. 끝은 정해졌지만 연속으로 걷는 고행길에 나를 일으켜 세우는 건 역시 아낌없이 내어주는 자연이다.
저자는 코리아둘레길에 관한 정보 제공 위주의 글을 답습하지 않고 인문학과 음악 44곡을 걷기에 녹아냈다. 걷다 보면 아무 생각이 나지 않다가도 문득 깊은 상념에 빠지기도 한다. 인생을 빼닮은 길 위에서 개인사도 풀어내고 개인 취향이 담긴 커피도 마신다. 무작정 걷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가볼 곳은 다 둘러보면서 지루하지 않게 하루를 채워나간다. 제일 걷기 좋은 계절은 아무래도 가을-겨울이지 않을까 싶다. 서늘한 공기가 걷는 내내 뜨거운 열기를 식혀주고 따가운 햇살도 한층 수그러들기 때문에 걷기가 한결 수월하다. 이 책은 코리아둘레길을 소개한다기 보다 여행 에세이에 가깝다. 수록된 사진과 멋들어진 인용 글, 음악 덕분에 해파랑길과 남파랑길에 대한 낭만을 가질 수 있었다.

'· 서평(Since 2013 ~)'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서평] 풀의 월든 (1) | 2026.07.22 |
|---|---|
| [서평] 대한민국을 걷다 : 우리땅걷기 도반들의 종횡무진 '걷기' 이야기 (1) | 2026.07.15 |
| [서평] 고소 공화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나와 내 돈, 내 사람을 지키는 최소한의 법률 지식 (2) | 2026.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