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광인의 몽상 - 캔맨>은 통렬한 현실비판이 현실적이어서 더 마음에 와닿았던 책이다. 출판계에서는 시종일관 자기계발서나 성공학을 주제로 한 책들이 언제나 베스트셀러에 올려져 있다. 자기계발서가 주는 환상은 바로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며 맹종하는 한국사회의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나도 저자처럼 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몽상에 빠져서 현실적인 감각을 잃어버리게 된다. 성공학을 다룬 책들도 마찬가지로 개인에게 초인적인 노력을 요구한다. 내적 변화는 쉽게 오지 않는다. 주변 환경과 심리들도 무조건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언젠가는 성공이란 달콤한 열매를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과정이 생략된 채 must be만 외치는 책들은 기계적이고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 소설이 독자들에게 심어주고자 하는 목적은 책 말미에도 저자가 썼지만 현상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참다운 삶을 위해 지양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물음을 던져보고 성공을 맹신하는 성공광인은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건물주인 종교단체는3층을 쓰고, 하숙집 주인은 1~2층을 건물주로 임대받아 하숙집을 운영하는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얽히고 설키며 벌이는 이야기들이 현실 속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 재미가 있다. 반지하방에서 월세를 몇 달째 밀린 채 은둔형으로 살아가는 괴청년은 "아이 캔! 나는 할 수 있다."라고 외치고 하숙집 주인인 피장군은 오래 전 은퇴한 일흔이 넘는 노인인데 "하면 된다! 안 되면 되게 하라!"를 모토로 살아간다. 작은 문제든 큰 문제든 우선 그 말을 뱉어놓고 본다.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한 실천은 하지도 않으면서 주문 외우듯 공허하게 외치는 말들이 얼마나 허무한가를 보여준다. 꿈을 꾸라. 입 속의 말을 통해 변화시킬 수 있다고 하지만 실천적인 노력이나 도전없이는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 이를 망각한 등장인물들이 전해주는 에피소드들과 하숙집에서 생활하는 문인의 광분이 섞인 말 속에는 출판계에 대해 자아비판이 담겨있다. 저자가 하고싶은 말인지도 모르겠다. 삼국지와 베스트셀러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는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삼국지를 평역이나 완역한 책들이 2천만부 가량 팔리는 현실을 개탄한다. 그 작가들이 누군지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눈치챌 수 있었다. 지성과 양심을 대표한다는 출판사도 결국은 돈을 벌기 위한 사업체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신문지상에 실린 광고문구가 아직도 기억나는데 논술시험에 합격한 학생들이 읽은 책으로 삼국지를 읽지 않으면 큰 일이 날 듯이 학생들과 부모들을 현혹시켜 구매하게 만드는 상술이 문제인 것이다. 최근에는 제레미 다이아몬드의 <총.균.쇠>가 대표적이라고 할만한데 서울대 학생들의 대출순위 1위를 했다는 걸 여러 곳에서 광고를 한 후에 입소문으로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한 예만 봐도 마치 내가 그 책을 읽으면 지성인이 된다는 착각을 가져온다. 타이틀을 잘 지어서 성공한 예이다. 대대적으로 알려지기 전까지는 판매량이 높지 않았을 책인데 아주 두꺼운 책인데다 내용이 어려운데도 찾는 사람이 많다. 베스트셀러 목록에도 몇십주째 상위에 랭크되었던 책이기도 하다. 저자는 "문학계, 출판계, 서점계 할 것 없이 권모술수와 승자독식의 아수라가 판을 치니 삼국지보다 더 요지경"이라고 개탄한다. 독자도 반성해야 할 것은 베스트셀러에만 달려들기 보다는 양서를 찾을려고 해야 한다. 외국은 베스트셀러와 함께 동등한 위치에서 스테디셀러가 진열되어 있다고 한다. 몇 부를 팔았는지가 중요한 기준은 아니라고 한다. 뻔뻔스런 사재기와 몇 백만원의 진열비를 지불하고 좋은 위치에 책들을 쌓아두는 행태 또한 인터넷 서점의 베스트셀러 순위조작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문제를 직시해놓고 있다. 너도나도 특별해지기를 원하고 유니크한 것을 쫒아가는 현실이 결국 성공광인을 만드는 것은 아닌가 싶다. 자기계발서에 맹신하지 말고 일상생활에서 진정한 성공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면서 읽을만한 책이다. 가끔은 이런 현실비판적인 책을 읽어서 주위를 환기시켜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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