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탈루트 과일을 마지막으로 떠돌이 과실 품꾼으로 일해오다 10년에 폐쇠됐던 샌프란시스코 부둣가가 다시 열리면서 새 인력을 모집한다는 공고에 본 저자는 그 이후로 34년간 부두노동자로서의 삶을 살아오다 은퇴한다. 육체노동자로서 겪어 온 '노동운동'과 값싼 인건비를 받는 이주노동자들이 계속 유입되면서 점차 일자리를 잃어가는 현실을 고발한다. 양대 보수 정당이 교차집권하는 미국 정치에서 덜 보수적인 민주당을 선택한 노동계는 한국 사회를 쏙 빼닮았다. 적어도 민주당은 노동계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줄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노동운동의 역사를 현장에서 직접 겪은 저자가 쓴 책이라서 미국 노조 간부의 실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만큼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노동계에서 중대한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되는 평화시장의 <전태일 분신자살 사건>은 사회에 노동자들의 삶이 얼마나 비참하고 열악한지를 알게 해준 일대 사건으로 이를 계기로 노동환경 개선이 점차 이뤄져나간다. 노동복지나 처우개선이 나아지고 있지만 노동운동이나 파업, 집회에 대해선 아직까지도 반대편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냉담하다. 경찰이 진압하는 것만 보아도 아직 갈 길이 먼 듯 싶다. <노동계급은 없다>는 샌프란시스코 부두노동자들과 노조간부, 노동운동이 한국의 현실과 오버랩되면서 깊은 고민을 하게 된다. 기업으로부터 부당한 취급을 받거나 모함을 당하는 것도 비슷하게 닮아있다.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이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 우리가 누리는 주5일제나 법정근로시간을 단축은 늦게 찾아왔을 것이다.
부속인간의 삶을 그린 노동 르포트타주를 다룬 <노동계급은 없다>는 육체노동자로서의 삶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 건지 뼈져리게 느낄 수 있었다. 잠깐이었지만 대학생 시절 여름방학때 직업소개서를 통해 하루 일한 적이 있었다. 벽돌이나 시멘트를 지하로 나르는 단순노무였는데 무겁게 짓누르는 무게를 감당하며 지게를 짊어지고 계단을 이용하여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해야 했다. 육체노동에 단련되지 않은 나약한 몸이라서 그 날 하루는 어떻게든 버텨냈지만 몇 주간 골골 앓았던 기억이 난다. 육체노동은 강인한 육체를 길러내는 동시에 육체적인 고통을 안겨주는 일이기도 하다. 날씨가 추울 때나 더울 때 상관없이 고된 일을 반복해야 하는데 여전히 노동계급에 따라 받는 금액이나 노동강도가 다르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기업주에게 고용된 노동자의 현실과 미국 노동운동의 역사를 살펴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결코 쉽게 쟁취되는 것은 없다. 아직도 갈 길은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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