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작가인 줄 알았는데 이번이 두번째 장편소설이란다. 그리고 이미 2004년 제2회 대산대학문학상, 2008년 제13회 한겨레문학상, 2011년 제12회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할만큼 작가적 역량도 문학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작가가 채널예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혀듯이 '밤의 여행자들'은 결국 당신 얘기라며 그 말을 하고 싶어서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나와는 상관없는 얘기가 아니라, 결국 우리의 얘기라는거다. 밤의 여행자들의 설정은 한마디로 독특하다. 가까운 미래에 있을법한 이야기면서도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든 상황을 소설만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고요나는 33살로 재난전문여행사의 과장이다. 최근에는 고객만족센터에서 고객들로부터 컴플레인이 들어오는 일을 맡겨된 것이다. 한때는 회사에서도 잘나가는 유능한 수석프로그래머로 인정을 받았지만 퇴물취급을 받을 정도로 밀려나는 상황이 오게 된다. 자신을 지금의 위치까지 오게 도와준 김팀장으로부터 성추행까지 당하지만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 김팀장을 몰아내자는 제의까지 받아 당황하는데 그 모임에서 빠져나온 그녀는 고민끝에 사직서를 제출하러 김팀장에게 찾아간다. 뜻밖에도 사직서를 수리하는 대신에 그간 공로도 있으니 1년간 머리 좀 식히고 오라고 한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떄부터 시작하는데 '정글'의 직원이면서 '정글'이 주관하는 여행을 떠나게 된 것이다. 마치 재난 현장을 온 듯 생생한 필체가 돋보이는 순간인데 싱크홀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을 것이다. 여섯명의 다른 여행객들과 베트남으로 여행을 떠난 것이다. 첫 여행지인 무이에서 머리 사냥터도 보고 싱크홀도 보곤 하는데 하루는 운남족 코스로 여행을 하던 중 카메라를 분실하는 일이 생긴다. 다시 찾았지만 이상한 기분이 들었는데 다시 사진을 보기 위해 카메라의 재생버튼을 눌렀을 떄도 지워버린다.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기차를 타고 갔는데 중간 기착점에서 분리된다는 기차였다. 너무 화장실이 급했던 요나는 문이 열린 곳까지 가다가 다시 돌아왔을 떄는 이미 기차가 분리된 뒤였다. 겨우 가이드와 연결이 되었지만 자신의 캐리어는 모두 열차칸에 있어서 홀로 동떨어진 상황까지 오게 된다. 친절한 현지인의 도움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선착장까지 간 그녀는 처음 묶었던 호텔과 연결이 닿아서 하루의 숙박은 해결할 수 있었다. 산책하기 위해 나왔을 때 이전에 찾아왔을 때와 전혀 다른 마을 분위기를 느끼게 되고 할아버지가 폴의 차량에 치이는 사고를 목격하게 된다. 돌아서려던 순간 호텔 매니저가 마주치게 되고 호텔로 돌아와 함부로 나가지 말라고 경고했지 않냐며 내일 떠나라고 한다. 상황이 반전된 것은 그녀가 '정글'의 직원이라는 것이 밝혀진 뒤였다. 퇴출여행 1순위였던 '무이'에 여행설계자로 뜻하지 않은 출장여행을 떠나게 된 것인데 '정글'로 부터 퇴출 위기까지 몰린 그녀의 상황과 아이러니하게 딱 들어맞는 부분이다. 꽤 탄탄한 문체와 치밀함이 돋보인다. 재난 여행지도 어느새 관광객들을 위한 역할까지 맡게 된 것인지. 산책 나오다가 마주쳤던 할아버지가 했던 말이 인상적이었다. "제발 좀. 우리도 휴일은 필요하다고." 여행도 상업적인 상품이자 패키지가 되면서 관광지에서 사는 사람들은 관광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된 것처럼 저마다 사람들을 맞이하기 위한 역할을 도맡으면서 수행해왔던 것이다. 재난이 진행되는 곳을 위주로 생명까지 위협할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비싼 돈을 지불하고 떠나는 여행. 모험과 호기심을 자극할 수는 있겠지만 과감하게 떠날 수 있을까? 도시에서의 삶도 재난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을텐데 말이다. 민음사에서도 이렇게 좋은 작가를 발굴해내면서 책을 출간해주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긍정적인 일이다. 책을 덮고나면 휘발유처럼 사라지는 책이 있는 반면 장면 하나하나가 떠오르는 책이 있는데 '밤의 여행자들'이 바로 그런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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