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일까? 학교에서조차 질 나쁜 풍습은 죄다 일본에서 배워오는지 당최 모르겠다. 내가 어릴 적에만 해도 이지메나 왕따라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고 친구들끼리 노골적으로 그런 짓을 저지르지는 않았다. 물론 놀리거나 간혹 힘센 친구에게 당하거나 당하는 걸 본 적은 있지만 지금은 그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학교폭력이나 왕따는 학교 테두리 안에서 학급생끼리의 문제 차원이 아닌 사회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 사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왕따로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가 자살했다는 뉴스는 얼마나 심각하게 학교가 병들어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집단 따돌림을 넘어서 교실 카스트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미 일본에서는 1985년에 발생한 한 사건으로 인해 이지메가 사회적인 큰 충격과 파장을 불러왔다. 일명 장례식 코스프레였는데 그 후로 이지메를 연구하며 수많은 논문이 학계에서 발표되었다. 교실 카스트라는 단어가 각종 언론매체에서 쓰게 된 것은 2007년 출판된 <이지메의 구조>를 쓴 교육평론가 모리구치 아키라가 언급하면서부터 였다. 단어의 조합만으로도 상당히 불쾌한 발상이다. 인도의 카스트 제도를 교실로 가져와서 아이들의 서열매기기가 된 것이다. 학교에서는 성적으로 아이들을 줄세우더니 그 아이들은 다시 서로간의 경쟁우위를 통해 서열을 매기면서 이지메(집단 따돌림)나 심부름, 차별이 이뤄지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리 방영된 리메이크작 <꽃보다 남자>도 마찬가지다. 부모의 경제력은 곧 아이의 우월감을 나타내주기 때문에 그 속에서도 서열이 자동적으로 이뤄진다. 원작은 교실 카스트라는 단어가 생기기 전에 방영된 것인데 책에서 정의한 것과 많은 부분이 일치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그런 일이 있더라도 피해자는 반을 바꾸거나 상황을 바꿀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즉 퇴학하거나 전학을 가지 않는 한 그 속에서 벗어날 수도 누군가 해결해줄 수도 없기 때문에 탈출구가 없는 벼랑 끝에 내몰린 아이들은 아까운 목숨을 버리는 것이다. 어른들이 저지른 온갖 사회적 병폐들을 그대로 답습하는 아이들이 있는 학교는 이제 사회적인 공통 문제로 이들을 치유해야 한다. 학교는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감추기에 급급하다. 알면서도 모른 채 눈감아준 것은 아닌지 이 문제가 단지 아이들 개인의 문제가 아닐텐데 갈수록 상황은 악화일로에 있다. <교실 카스트>는 바로 학교 내에서 발생하는 신분제를 고발하고 있는 책이다. 디테일한 자료와 통계로 논리적인 근거를 내세우며 읽다보면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게 될 것이다. 왕따와 학교폭력의 모든 근원은 바로 학교에 뿌리내리고 있는 교실 카스트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차이가 불평등을 불러오고 극심한 경쟁과 끊임없이 비교를 당하고 서로를 비교하며 오직 수능에 모든 초점을 맞춘 교육이란 틀 속에 달려가는 아이들은 내 위에 누군가를 짓밟고 올라서야 한다. 마치 인생의 모든 것이 달려있는 것처럼 12년 이상을 수능시험준비에 쏟아붓는다. 이럴 떄일수록 더욱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봉사활동과 운동 그리고 인성교육이다. 학급 내 반친구들은 서로가 경쟁해야 할 대상이 아닌 평등한 존재다. 이런 병폐가 생겨나게 된 근본원인은 무엇일까? 경제적인 불평등, 핵가족화, 사교육의 양극화, 12년간 수능시험에 목맨 치열한 경쟁이 오랜시간 사회적인 충격을 던지면서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 것 같다. 가정교육에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하면 아이들을 올바로 지도해야 할 학교에서 그 역할을 대신해줘야 하는데 사실상 방치해둬서 더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은 아닐까? 사실 이런 일이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오죽하면 일본에선 영화와 드라마의 단골소재로 쓰일까? 내 아이가 설마 왕따를 당하지 않을까? 학교폭력의 가해자 혹은 피해자는 아닐까? 과연 나는 이 문제에 얼마만큼 중립적일 수 있을까? 교실 내 이런 일이 발생할 때 대부분은 방관자 또는 중재자에 머문다고 한다. 괜히 나서다가 내게 피해가 오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모두가 교실 카스트의 존재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겠다. 내 아이가 소중하다면 남의 아이도 소중한 법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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