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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빨간 도시 : 건축으로 목격한 대한민국




상당히 인상적인 책이다. 건축은 개인의 삶을 규정짓고 가치관에도 영향을 준다. 획일화된 모양새로 지어진 닭장같은 아파트에서 사육된 우리는 막사와 연병장을 연상시키는 초등학교에서 반복적으로 암기한 내용 중 답 하나를 맞추는 주입식 교육을 받는다. 이제 대학교에 가면 완벽하게 대칭되어 권위적인 도서관에서 똑같이 영어나 고시 공부에 매진한다.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어디든 쉽게 마주칠 수 있는 휘황찬란한 모텔이라는 이름의 숙박시설이 즐비하게 민낯을 드러낸다. 이제 결혼할 때가 되었을 때 예약해 둔 예식장은 우리에게 허락된 순간만큼은 잠시 숲 속의 왕자와 공주로 만들어준다. 도시와 절대 어울리지 않는 궁전의 껍데기만 남은 곳에서 동서양 예식을 함께 소화해내야 한다. 대기표에 따라 그날 하루의 주인공들은 각자의 역할을 수행해낸다. 하례객들에게 대접할 음식은 잔치국수에서 갈비탕으로 갈비탕에서 뷔페음식으로 바뀌어야 했다. 이제는 이 모든 것을 한 공간에서 소화해낸다. <빨간 도시>는 우리들이 사는 공간, 건물, 건축에 대한 비판을 담은 책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도시에 지어진 건축물들의 주인은 누구였는지 어떤 의도로 지어졌는지 되묻게 된다. 특히 초중고등학교는 군사식 교육이 걸러지지 못한 채 그대로 남아있었다. 사열대에 도열한 병사들처럼 오와 열을 정확히 맞춰야했고 복장단속의 병사의 품위유지를 위해 두발단속은 용모단정을 위해 행해져야 했다. 군사교본처럼 교과서의 활자들은 똑같이 암기해야 할 대상이었고 객관식 정답 하나를 맞추기 위한 연습을 반복해낸다. 지금은 건물구조부터 교육방식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해결하고 풀어야 할 문제들은 많은 것 같다. 권위주의는 상호간의 소통을 막고 자유보다는 억압을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보다는 점수에 따라 소처럼 등급별로 학생들을 구분한다. 역시 건물의 건축양식과 구조에 따라서 바뀔 수 있는 많은 것들도 그동안 상당 기간 제약을 받았다. 패스트푸드점은 대개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구조이지만 우리들의 식당은 안을 제대로 볼 수 없도록 가려져 있다. 그 가려진 주방에서 음식재탕을 하는지 어떻게 조리되는지 모르고 그냥 주면 먹어야 한다. 내 이성적인 눈뜨임과 비판적인 시각을 열어준 <빨간 도시>는 올해 읽은 책 가운데 문제적 작품이다. 비판서를 읽는다는 건 현실의 민낯을 낱낱이 들여다볼 수 있기 떄문이다. 이제 건물은 건물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동선과 생활에 맞게 변화되어야 한다. 여전히 위압적인 자세로 내려보는 건축에서 탈피하여 자연친화적이며 사람 중심의 건축이 되어야 한다. 모두에게 열려있고 편안한 도서관이 되길 희망하고 닭장처럼 획일화된 아파트에도 이웃끼리 서로 소통하며 자연을 가꿀 수 있는 공간들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오로지 기능만 있고 삶이 빠진 건축에서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건축으로 변화되길 소망해본다.




빨간 도시

저자
서현 지음
출판사
효형출판 | 2014-01-25 출간
카테고리
기술/공학
책소개
건축서보다는 정치적인, 정치서보다는 인간적인, 서현의 ‘건 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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