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기 5~6일 간격을 두고 <노예 12년>은 출판사 다섯 곳을 통해 출간되었다. 영화 개봉 시기에 발맞춰서 출간된 셈인데 개인적으로는 열린책들의 표지와 번역, 편집은 군더더기를 찾을 수 없었다. 솔로몬 노섭이 지은 이 책은 1841년에 납치되어 1853년에 구출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서술함으로써 인권유린과 참담한 노예시장의 실상을 고발하였다. 19세기 중반에 쓴 책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내용들이 생생해서 자유인으로 태어나 노예로 팔려간 뒤 겪은 12년간의 세월을 직접 체험한 듯 아프고 암담했다. 과연 내가 직접 겪어보지 않은 일을 똑같이 느낄 수 있을까 싶었지만 항상 불안한 환경에 굴하지 않고 자유인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현재 처해진 상황 속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한다. 조금은 비슷하면서 다른 얘기지만 최근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처럼 길거리에 방치된 채 버려진 노숙자들을 속여 새우잡이 어선에 태운 뒤 무인도에서 노예와 같은 생활을 하다가 탈출한 사례가 떠오른다. 자유인으로 태어나 뉴욕에서 생활하던 솔로몬 노섭은 페이좋은 일거리를 주겠다는 사람들을 그대로 믿고 따라갔다가 그들에게 자유인 증명서를 빼앗기고 악랄한 노예상인인 제임스 H. 버치에게 팔려간다. 하루 아침에 자유인의 신분에서 노예로 전락해버린 기막한 상황 앞에서 그는 얼마나 참담한 심경이었는지 모르겠다. 그 당시만해도 인종차별이 심하고 자유인 증명서로 입증하지 못하면 노예 수용소나 노예상인에게 잡혀들어갈 가능성이 높았던 것 같다. 책에도 나오는 내용인데 자유인인 한 남자가 어느 날 청년 무리배들과 치열하게 싸우는 장면이 나온다. 그 남자는 힘을 다해 맞서 싸웠지만 그 싸움에서 졌고 그 청년 무리배들로부터 속박을 당하게 된다. 근데 그 상태로 나누지 않고 노예 수용소에 끌려가 그 근처에 방치해둔다. 다음날 다른 노예들과 함께 노예들을 팔러가는 배에 그 남자도 함께 끌려가는데 아무리 자유인이라도 주장하지만 들어주기는커녕 신분에 대한 확인조차 하지 않는다. 자유인 증명서가 없으면 노예가 되는 시대였던 것이다. 그런 시대에 노예제에 대한 실상을 실랄하게 고발하는 <노예12년>은 <톰아저씨의 오두막 열쇠>처럼 노예제가 폐지하도록 이끈 책이기도 하다. 우리는 간혹가다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가 참 의미를 잃곤 한다. 솔로몬 노섭이 겪은 12년은 그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그가 아무 죄도 없이 노예상인에 의해 끌려간 곳도 바로 의회와 아주 가까운 곳이었다는데서 아이러니 함을 느낀다. 12년동안 그가 만난 수많은 사람들은 각자 이러저러한 이유로 끌려왔는데 핵심은 과연 누가 이들을 노예가 되도록 만들었느냐에 있는 것 같다. 물론 다 나쁜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서 직접 도움을 주려고 한 사람도 있었고 탈출하도록 애쓴 사람도 등장한다.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민주주의 사회가 뿌리내리기 전 인류는 노예제를 통해 인간이 인간을 속박하고 돈으로 거래하는 동물처럼 취급해왔다는 사실은 가장 야만적인 행위였다. 로마시대부터 아메리카까지 굉장히 오랜 세월동안 지속된 이 제도가 얼마나 그릇된 인간의 욕망과 탐욕에서 나왔는지 보여준다. 영화는 지루하다는 평이 많지만 그런 사람들은 꼭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책에서는 더욱 깊은 얘기들을 들려주고 솔로몬 노섭이 현명하게 대처해나가는 모습을 보게 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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