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걸으면서 실질적으로 동양의 모든 사상체계를 완성한 제자백가를 만나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 깊게 생각할 겨를없이 빠르게만 흘러가는 요즘 세상에서 느낄 수 없는 이들의 내공을 직접 읽어볼 수 있다. 아마 그때는 지금보다 정보의 유통이 제한적이라서 오히려 깊게 마음 속으로 생각할 시간들이 많았을 것 같다. 그래서 이들을 통해 지혜를 배우기에 부족함이 없을 듯 싶다. 지금으로부터 2500년전 중국은 500년간 춘추전국시대였다. 말 그대로 여러 국가들이 얽히고 얽혀 혼잡스러운 시대였다. 역사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치열하고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시대에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사상가들이 대거 출현하게 된다. 노자, 공자, 맹자, 장자, 묵자, 손자, 한비자, 열자 등 면면이 쟁쟁하기만 하다. 이들의 사상은 제자들을 통해 전파되고 여러 학파들을 생겨났다. 혼란한 시대에 현인이 되어 세상의 빛을 줄 것으로 여겨졌던 이들 사상가들을 한 권으로 묶어 이들이 지은 책에 나온 내용들과 함께 해설을 단 구성은 마치 옛 이야기 책을 읽는 느낌이 들었다. 각 사상가마다 전파하고자 하는 사상들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서로 비교하면서 읽는 맛도 나지만 우선 방대한 분량으로 엮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읽는 동안 지루함을 느껴보지 못했다. 마치 그 시대로 돌아가 장자나 노자, 공자, 한비자로부터 직접 얘기를 듣는 것처럼 쉽게 빠져들 수 있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다보면 이들의 지혜에 탐복하게 된다. 대개 동양철학이나 동양사상가를 다룬 책들은 고루하고 정독하기 여간 까다롭지 않은데 이 책은 이야기가 참 재미있다. 이렇게 다양한 사상가들을 한 권으로 만나볼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싶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예리한 통찰, 그리고 지혜로운 리더십을 만나자라는 문구가 허언이 아님을 읽으면서 충분히 입증되었다. 또한 사상가마다 색깔이 분명하니 각각 배울만한 점들이 많았다. 이들의 지혜는 인류의 위대한 지적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이들의 사상은 변치 않고 여전히 세상을 향해 지혜를 전할 것이다. 한자기 재미있는 부분은 조삼모사가 '간사한 꾀를 남을 속인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변했는데 본래의 참뜻을 인용하면 '머리를 짜 가며 각각 한쪽으로 치우친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것을 근본적으로 캐고 들면, 결국은 한 가지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즉,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며 생각해보지만 그 근본을 파고들어가면 정답은 한 가지라는 사실을 모른 채 서로 갑론을박하며 한쪽으로 치우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삼모사에는 이런 뜻이 있는데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본래 가진 뜻도 변질되나보다. 이렇듯 동양의 지혜는 속뜻과 숨겨진 지혜가 깊다는 걸 알 수 있다. 지금까지 만난 책 중에 가장 읽기 쉬우면서 동양의 지혜를 모두 섭렵할 수 있는 참 괜찮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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